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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을 선물한 책

김호섭 [멈춤을 멈추려 합니다](Forest Whale, 2024)

by 베를리너

쓰는 일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내 안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나에게서 나온 글을 믿어야 한다.

―김신회


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에서 만난 선배님이 이 책의 작가님이다. 얼굴 뵌 적은 없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작가님과 식사 한 끼 하며 사는 이야길 나눈 것처럼 익숙해졌다.

차가 아닌 밥을 먹으며 나눌 수 있는 속 깊은 이야기들. 정말 아끼는 사람에게 내 아픔 털어놓으며, 그 아픔 속에서 길러낸 진주를 선물 받은 기분이다.

작가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사업 실패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생의 바닥을 경험했지만, 글의 힘을 빌려 다시 걷기 시작했고, 읽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전도사가 되었다.

위대한 위인들의 전기를 읽을 때 감동은 받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라는 거리감이 생기지만, 작가의 글을 읽으니 이분도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인데, 이겨냈어. 그래 어쩌면.이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모기 때문에 글을 못 쓰기도 하고, ‘내 글 별로 병’에 시달리는 나랑 비슷한 면모를 지닌 분, 둥글둥글 살아가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성격까지. 책 곳곳에 드러나는 인간적인 매력이 뚝뚝 흘러넘쳐 슬픔에서 빠르게 웃음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호기로운 전개가 흥미롭다.

내게 가장 와닿았던 구절은 내가 눈치 봐야 할 것은 두 사람뿐이라는 것.

나의 17세와 60세라는 것이다. 꿈 많던 나의 17세(지금은 뭐였는지 흐릿하긴 하지만) 그리고 나의 60세. 가능성과 추억의 그 중간 어디쯤에서 서성이는 내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더듬더듬 앞으로 나가고 있는 내게, 그 두 사람은 버팀목이 되어 줄 것 같다.

선배님, 아니 작가님의 글 통해 잊고 지낸 청소년의 나와 노년의 나를 되찾았습니다.

책을 통해, 생각지 못한 나침반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멈춤을 멈추려 합니다 - 예스24
https://naver.me/xOdfZH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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