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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책에 적힐 것

고수리 [까멜리아 싸롱](클레이하우스, 2024)

by 베를리너

브런치 작가분들의 책을 소개하는 서평 매거진입니다.

브런치 작가분들의 책을 소개하는 서평 매거진입니다.

좋은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아, 살아 움직이는 것을 믿습니다. 인상 깊은 서평은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브런치 작가분들의 문장이 오래도록 반짝이길 바랍니다! :)

첫 작품으로 제가 사모하는 고수리 작가님의 판타지 소설 '까멜리아 싸롱'을 소개합니다.



지치고 곤한 인생이 쉬어 갈 수 있는 까멜리아 살롱에서 정제된 언어로 마음을 토닥인다.

마담 여순자 객실장 마두열, 매니저 유이수 그리고 인생을 기록하는 지원우

고아 설진아는 퍽퍽한 삶에서 까멜리아 티를 마시며 삶을 회고한다.

이승과 저승 사이 중천에서.

설진아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죽은 동백꽃을 바라본다.

죽은 자들의 모임은 음산하긴커녕 들뜬 생기마저 넘쳤다. 만월의 기운일 걸까.

삶의 항상성일까. 매일의 삶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면, 뒤를 돌아보기도, ‘죽음’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기도 버겁다. 먹고사는 일에 치중한 일상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을 막는다.

까멜리아 싸롱에서 이승과 저승사이의 중천에서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동백꽃차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죽음이 이토록 생기 있고 찬란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메멘토 모리.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것을. 일상에 매몰되어 보지 못하는 것들. 행복을 갈구하하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해 좌절하면서 놓치는 삶의 장면들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삶이 나를 흔들 때 까멜리아 싸롱은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청하며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삶의 고단한 매듭도 풀어질 수 있다고.

타인의 인생책을 읽는 능력이 있는 이수와 진아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마음 다해 들어준다면 살아있어도 죽어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카멜리아 싸롱에서 들려줄 나의 인생책은 누군가의 언 가슴을 녹일 수 있길 바라본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55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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