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에게 희망을

은희경 (또- 못 버린 물건들 (난다, 2023)을 읽고

by 베를리너

'...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단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예술가는 못 되지만 문학이 우리에게 주려는 것, 인간이 가진 단 하나의 고유성을 지켜주도록 돕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는 생각을 해본다.'


— 은희경, 『또 못 버린 물건들』 중에서


은희경 작가의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읽으면서, 새벽 약수터에서 심장이 시릴 만큼 차가운 약수를 들이켜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헛헛한 겨울에 오히려 또렷해지는 풍경처럼, 내 안에 잠자는 무언가를 흔들어 깨웠다.

작가가 간직한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작가의 오래된 물건은 켜켜이 쌓은 시간과 눈물, 사람 그리고 의미이다.

문장은 또 얼마나 정갈하면서 힘이 있는지. 30년 경력 작가의 기운을 아낌없이 받은 기분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작은 마을에서 독자를 만난 간접 경험도 환상적이다.

새해, 이런 문장을 써봤으면 한다. 은희경 작가가 북토크에서 말한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할 말’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