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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Jan 25. 2024

다양한 얼굴

그로로팟 3기 활동기

작년 12월 22일 1차 파종 때 금어초 씨앗 6개를 나누어 심었다.

지피펠렛(흙압축해 놓은 것)을 물에 담그자, 순대모양으로 오동통해지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다.

작은 씨앗이 제대로 흙에 들어갔는지 의심반 기대반. 흙이불을 살살 덮어주었다. 가이드를 보면, 발아하기 전 흙이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흙을 뚫어져라 관찰했다. 흙을 이렇게 유심히 본 적이 있었던가.

물은 아침에 햇빛 날 때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스포이트로 잎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물을 준다. 식물들이 광합성할 때 물을 빨아올린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 모든 조직을 풀가동하고 있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그들의 세상으로 소풍 온 것 같다. 내가 속한 세상일은 희미해진다.     

밤새 거실에서 숨죽이고 있던 금어초 모종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들고,

조용한 작은방으로 모시고 간다. (소음에 예민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왠지 조용한 걸 좋아할 것 같다.^^)

스포이트로 물을 주고, 미니 선풍기로 1시간 정도 바람을 씌어주기를 일주일 정도.

정말 작은 초록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래가 많이 자란 오늘 일자 사진이다. 28일이 지나자, 이 아이들이 이렇게 컸다.

내가 생각했던 모양의 새싹은, 양쪽으로 팔을 뻗고 기지개 켜는 모습이다. 그리고 12월 30일 2차 파종 때 나머지 씨앗 4개를 심었다.     

초보식집사는 몰랐다.

다양한 얼굴로 세상에 태어나는 새싹들이 있다는 것을.

브니엘 3호 아직도 잎이 하나이다. 그래도 튼실한 줄기는 남부럽지 않다.

      

브니엘 4호는 아직 모자를 벗지 않고 있다. 무거울 텐데. 부끄럼이 많은 아이인가.

1호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벌써 3겹째 잎을 보인다. 지피펠렛 한 개를 온전히 차지하고 독무대이다 보니, 가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그런데 한쪽에서 같이 빛과 바람을 냠냠 먹고 있는 제라늄에 비해 키만 훌쩍하다. 가이드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줄기’라고 본 것 같은데 어떡하지?     

 

본잎이 이제 6장이 되었다. 잔뿌리가 보이면 옮겨 심어야 한다는데, 아직 잔뿌리가 보이진 않는다. 사실 며칠전, 옮겨 심으려고 아이들의 화분을 준비해 놓았다.     

제라늄의 잔뿌리는 어느새 수염처럼 수북하다. 분갈이를 서둘러야겠다.   

  

금어초의 원산지는 남유럽과 북아프리카라고 들었다. 지구 반 바퀴 떨어져, 기후와 환경이 생판 다른 우리 집에서 이만큼 성장해 준 금어초들이 정말 고맙다.

금손 지인에게 물어봐서, 분갈이에 필요한 것들 준비해야겠다. 단골 꽃집 사장님에게 들고 가야지. 꽃 피울 그날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것이다.  

화분 하단에 깔아놓을 배수에 좋은 자갈과 돌들, 그리고 화분이 여러 개라 상토도 더 필요할 것 같다.  브니엘 1, 2, 3, 4호 그리고 2차 파종 후 세상 구경 나온 빼꼼이들이 힘을 내도록, 초보식집사 더욱 공부해야겠다.

    

하루의 시작, 잠시 다녀온 식물 세상에서 얻어온 초록 에너지, 작은 고요함 마음속에 저장해 둔다. 꾹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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