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로팟 3기 활동기
가끔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길 때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좋은 일들이 생길 때가.
독일어로 unterschätzen이라는 단어가 있다. 과소평가한다는 뜻. 꺾인 줄기를 과소평가했던 이야기이다.
프리랜서로 시간을 관리하는 건 쉽고도 어려운 일 같다. 출퇴근 시간엔 얽매이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이 다 내 것인 것 같다.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9시 출근–6시 퇴근이라는 틀이 없다 보니, 시간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메인으로 하는 강의일 외, 이에 따라오는 자잘한 일, 그리고 글 쓰는 일. 더불어 집안일까지. 표시 나는 일들을 하면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쉽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들에 집중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 일들을 보며 만족감을 찾았다. 그날도 이런저런 일들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브니엘 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곳에 들렀다. ‘잘 자’ 하며 집 지붕을 덮어주었다. 습도를 맞춰준다고 지붕 가운데 뚜껑은 오픈한 채로.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이파리들이 뚜껑에 깔려 잘려 있었다. 척 늘어진 이파리들을 손가락에 얹어 놓고, 나의 무심함을 탓했다.
그래도 튼실한 줄기를 보며 한줄기 위로를 얻고, 다음날 가장 무성했던 브니엘 2호를 기억하며 분갈이했다. 가녀린 이파리가 다칠세라, 지피펠렛을 소중히 옮겨 새로운 집에 옮겨 놓았다.
그런데 가녀린 줄기에 흙 몇 방울이 튀자 줄기가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파리가 잘려나가고 줄기가 꺾이는 수난을 겪는 브니엘 2호.
남편이 잽싸게 주방 구석에서 플라스틱 포크를 집어와서 화분에 꽂아준다. 줄기를 지탱해 주니 기다렸다는 듯, 바로 선다.
다*소에서 충분한 상토를 준비했지만, 그로로에서 보내준 상토가 좋다는 이야길 들어서, 보약이 되어주길 바라며, 상토를 화분에 채우고 메꿔주었다.
그리고 6일째 모습이 아래와 같다.
많은 그로로 메이커분들의 열띤 응원을 받은 후에, 꺾인 줄기에서 새순이 두 쌍이나 나고 있다. 생명의 신비. 2월을 열어주는 기적의 싹들.
생명의 끈질김, 눈곱만 한 씨앗에서 시작된 브니엘(금어초)의 성장 일기는, 다름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여정임이 틀림없다.
지금 눈앞에 꺾어진 줄기일지라도, 무릎 꿇은 어떤 이 일지라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