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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Jan 30. 2024

눈물과 웃음이 번지는 밤티마을로 오세요.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을 읽고

쑥골할머니 말이 맞는 걸까요? 그러면 영미는 행복한 걸까요?

큰돌이는 꽃이 져 하얀 깃털을 달고 있는 민들레를 꺾었어요. 후하고 불자 민들레 씨앗이 솜털 낙하산을 타고 두둥실 날아갔어요. 민들레 씨앗들은 어딘가 떨어진 그 자리에서 내년에 또 꽃을 피우겠지요.

큰돌이는 자기네 가족이 민들레 꽃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민들레 꽃씨였어요.

'오빠랑 같이 왔으면 더 신났을 텐데.;

영미는 혼자만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 찔레꽃 냄새야!"

찔레꽃 향기는 희미한 오빠의 모습을 단숨에 또렷이 되살려 놓았어요. 영미의 눈길이 담을 따라 핀 빨간색 넝쿨장미에 가 멎었습니다. 찔레꽃 향기는 바로 그곳에서 나는 것이었어요.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먹고 있습니다.

꼭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잊고, 하나뿐인 동생 영미도 잊고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큰돌이는 새 방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어요. 팥쥐 엄마가 처음처럼 밉지 않은 것도 은근히 걱정되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엄마라곤 안 불러, '

큰돌이는 새삼스레 다짐을 하였어요.

팥쥐 엄마는 아무런 대답 없이 큰돌이의 얼굴을 가만가만히 닦았습니다. 하지만 큰돌이는 팥쥐 엄마가 마음속으로 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팥쥐 엄마 얼굴에 물살처럼 번지는 기쁨을 볼 수 있었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엄마가 웃었습니다. 영미의 웃는 얼굴이 엄마 눈동자 속에 담겼습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동화책 읽고 눈물이 난 건 처음이에요!"

이 고백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밤티마을의 큰돌이는 목수 아버지 여동생 '영미'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도망갔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주정을 한다. 영미는 먼 친척 부잣집에 양녀로 들어갔지만, 오빠인 큰돌이를 그리워한다.

큰돌이네 집엔 '곰보' 투 성인 새엄마가 들어와 산다. 큰돌이는 마음씨 고운 새엄마에 정을 붙이고, 엄마는 큰돌이남매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양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영미는 잠깐의 고민 후 (새) 엄마와 큰돌이 오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동화 곳곳에 묘사된 시골 풍경이 눈에 선하고, 들판에 피어있는 꽃들의 향기에 취한다. 나를 잠시나마 개발 이전 살았던 어린 시절 동네로 불러들인다.

영미를 사랑하면서도 영미의 행복을 위해서 밤티마을 큰돌이네로 돌려보내는 양어머니의 배려.

사랑이란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닌, 상대가 받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큰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금이 작가는 2024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안데르센 상' 최종후보가 되었다고 한다.

마음을 적시는 밤티마을 큰돌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금이 작가의 동화 세계에 초대된 세계인들이 만국공통어 웃음과 눈물로 공감하리라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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