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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보수

by 베를리너

너를 환영해.

너는 우리 집에도 온 적 있었지. 나는 초보 식집사여서 네가 물을 많이 먹고 힘들어하는지 몰랐어. 네 푸른 이파리는 반짝이고 있었고, 네가 좀 더 빛나길 바라며, 물을 주고 또 주었지.

너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화원을 다녔는지 모르겠어. 내 핸드폰에는 수많은 식물 사진이 쌓여 갔지. 엄마는 한 군데만 더, 한 군데만…. 이라며 다음 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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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에 화원 안 진기한 아프리카 식물, 다육이, 수국, 고무나무, 벤자민, 파키라 등의 관엽식물과 꽃들을 실컷 구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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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물원에 온 것처럼, 다양한 외모와 색깔을 가진 식물들을 만났지. 주인을 기다리는 만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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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 주인이 식물에 열심히 물을 주고 있었고, 우리는 화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왔지.

다시 너를 만나러 갈 때 주인은 우리를 알아봤어. 너를 사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었지. 두 번이나 구경만 하고 나오는 건 미안한 일이거든.

엄마는 너를 발견했고, 넌 초록잎을 반짝였지. 엄마도 너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신중하게 관찰했어. 나는 까다롭게 느껴진 파키라는 권하지 않았어. 엄마 옆에 오래 있어 줄 식물을 찾길 바랐거든.

나이는 3살 정도 되었을까, 네 옆에 있던 한 살 어린 녹보수보다 튼튼한 나무를 가진 너.

녹보수, 엄마를 잘 부탁해. 곧 아빠의 수술을 앞두고 엄마와 아빠에게 신선한 산소와 숲의 기운을 전해줘.

엄마는 네가 오기 전 창틀을 몇 번이나 닦았어. 푸른 네가 더욱 돋보이려면, 창틀은 하얗게 빛나야 했거든.

너를 찾는 동안 제주에서 본 야자수와 같은 나무도 보았어. 야자수 한 그루 옆에서 시원한 열대과일 주스 마시고 싶다. 그러면 동남아의 열대 우림 속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을 것 같아! 말레이시아에서 봤던 작고 귀여운 원숭이도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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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앉아 있는 다육이와 길가에 모여있는 수국, 카네이션, 이름 모를 꽃모종들을 봤어. 어떤 보석이나 특별한 치장 없이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너희들. 욕심 없는 너희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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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보수야, 오늘은 참 기쁜 날이야. 네가 엄마 곁으로 온 날이니까. 엄마에게 가끔 말을 걸어줘. 엄마는 앨범 속 나와 남동생의 어릴 적 모습을 찾을 때도 있을거야. 아침 식사 후 믹스커피 한잔 들기도 해. 네가 이파리를 팔락이면 인사를 받아 줄 거야.

엄마가 아침에 눈을 뜨면 너와 눈 맞춤을 할 거야. 엄마의 대화 상대가 되어줄 네가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친정집엔 햇빛이 충분치 않아 걱정이 돼. 네가 햇볕이 부족해도 튼튼한 아이였으면 좋겠다! 내가 지켜볼게. 네게 부족한 게 무언지. 그로로(*) 식집사 친구들에게 물어볼게. 너를 도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든든해.

우리 집에서는 떠났지만, 엄마 집에서는 행복하게 살아줘.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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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로 : https://groro.co.kr/ 일상의 식물 이야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새싹홍보단으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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