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 구스타프 말러 교향악 기행(4) : 말러의 가곡세계 Part ①

by 황지원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은 그의 교향곡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1번 교향곡 '거인'에는 1악장과 3악장에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가 인용되어 있다. 교향곡 2-4번은 흔히 '뿔피리 교향곡'이라 불리는데,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선율과 가사 등이 작품 곳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5-7번은 작품 속에 성악이 등장하지 않고 가곡 선율을 인용하지도 않았지만, 그 세계관에 있어 '뤼케르트 가곡집'의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말러는 교향악과 가곡을 동시에 작곡하거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서로 교차 작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그의 교향곡 속에 스며든 염세주의, 달관의 정서, 고독 속의 탐미 등은 가곡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고, 때로는 교향곡이 가곡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말러의 가곡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되지만, 거대한 탐미주의에 압도되기 보다는 나홀로 쓸쓸한 고독의 공간에 떨어진듯한 개인적 느낌이 강하다.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영향으로 염세적 세계관이 짙게 깔려 있고, 삶에 대한 초연한 태도와 자연을 향한 아낌없는 찬미는 일종의 경건성마저 느끼게 한다. 그의 후기작 <대지의 노래>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20대 때 쓴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부터 이미 동양적인 색채가 짙게 느껴지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삶에 대한 일종의 허무주의적 태도, 달관의 인생관,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경지 등은 말러의 가곡 세계를 특징짓는 중요한 표지이다. 후기 낭만주의 미학의 짙은 표현주의 위에 동양적 여백의 미가 덧붙여져 있다. 알프스의 너른 들판에 동백, 매화, 수련, 작약, 산수국 등 동양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양새다. 이 알 수 없이 미묘한 '이세계(異世界)적 감흥'이 지금도 말러 가곡을 듣는 우리의 심상을 깊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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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는 1883년에서 1885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초연은 1896년 베를린에서 말러 자신의 지휘, 베를린필하모닉 연주에 네덜란드의 바리톤 안톤 스터만스(Anton Sistermans)의 노래로 초연되었다. 말러 스스로가 쓴 시에 곡을 붙였는데, 독일 전통민요 시가를 채록한 모음집인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


이른바 '진행하는 조성'(progressive tonality)이라는 기법을 적극 사용하여, 시작 조성과 종결 조성이 다르다. (제1곡은 D단조 -> G단조, 제2곡은 D장조 -> F#장조, 제3곡은 D단조 -> E♭단조, 제4곡은 E단조 -> F단조) 중간 음역의 성악가 목소리에 맞도록 작곡되어, 대개 바리톤이나 메조 소프라노들이 노래하는 경우가 많다.


카셀(Kassel)에서 지휘자로 활동할 당시 소프라노 요한나 리히터(Johanna Richter)와의 만남과 가슴 아픈 실연 과정이 일정 부분 반영되어, 자전적 성격도 지닌다. 처음에는 피아노 반주로 쓰여졌으나, 1890년대에 오케스트라 반주로 편곡되었다. 총 네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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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내 사랑이 결혼식을 올릴 때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내 사랑이 결혼식을 올릴 때

기쁜 결혼식을 올릴 때

나는 슬픈 하루를 보내네

내 작은 방에서, 어두운 작은 방에서,

흐느끼네, 내 사랑 때문에 우네

내가 사랑하는 그녀 때문에!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Fröhliche Hochzeit macht,

Hab' ich meinen traurigen Tag!

Geh' ich in mein Kämmerlein,

Dunkles Kämmerlein,

Weine, wein' um meinen Schatz,

Um meinen lieben Schatz!


푸른 작은 꽃이여! 작은 꽃이여!

시들지 마라! 시들지 마!

사랑스러운 작은 새여! 작은 새여!

푸른 들판 위에서 노래하는구나

아,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다운가!

찌르륵! 찌르륵!


Blümlein blau! Blümlein blau!

Verdorre nicht! Verdorre nicht!

Vöglein süß! Vöglein süß!

Du singst auf grüner Heide

Ach, wie ist die Welt so schön!

Ziküth! Ziküth!


노래하지 마라! 피어나지 마라!

봄은 지나갔다!

이제 모든 노래는 끝났다!

저녁에, 잠들러 갈 때

내 슬픔을 생각하네!

나의 슬픔을!


Singet nicht! Blühet nicht!

Lenz ist ja vorbei!

Alles Singen ist nun aus!

Des Abends, wenn ich schlafen geh',

Denk'ich an mein Leide!

An mein Leide!


https://youtu.be/aKGNtQXwGlU?si=sIGb6g_IGtnNoTAo


제2곡 아침 들판을 거닐면 Ging heut' morgen über's Feld


오늘 아침 푸른 들판을 걷는데

풀잎 위 이슬이 빛나는구나

즐거운 참새가 내게 말하길

"이봐! 멋진 아침이야, 그렇지?

이봐! 아름다운 세상이야, 그렇지?

짹! 짹! 아름답게 빛나는구나!

멋진 세상이야!"


Ging heut Morgen übers Feld

Tau noch auf den Gräsern hing

Sprach zu mir der lust'ge Fink

"Ei du! Gelt? Guten Morgen! Ei gelt?

Du! Wird's nicht eine schöne Welt?

Zink! Zink! Schön und flink!

Wie mir doch die Welt gefällt!"


들에 핀 초롱꽃도

내게 다정히 인사하네

딸랑 딸랑 방울을 흔들며.

"참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딸랑, 딸랑! 아름다운 종소리!

정말 멋진 세상이야! 야호!"


Auch die Glockenblum' am Feld

Hat mir lustig, guter Ding',

Mit den Glöckchen, klinge, kling,

Ihren Morgengruß geschellt:

"Wird's nicht eine schöne Welt?

Kling, kling! Schönes Ding!

Wie mir doch die Welt gefällt! Heia!"


햇빛이 비추어

온 세상이 반짝이기 시작하네

모든 소리와 색이 햇빛 안에서 퍼져 나갔지!

꽃과 새, 큰 것과 작은 것!

"안녕, 참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이봐, 그렇지? 아름다운 세상이야!"


Und da fing im Sonnenschein

Gleich die Welt zu funkeln an;

Alles Ton und Farbe gewann

Im Sonnenschein!

Blum' und Vogel, groß und Klein!

"Guten Tag, ist's nicht eine schöne Welt?

Ei du, gelt? Ei du, gelt? Schöne Welt!"


나도 다시 행복해지려나?

아니,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시 피어날 수 없어!


Nun fängt auch mein Glück wohl an?

Nein, nein, das ich mein',

Mir nimmer blühen kann!


https://youtu.be/0bqjKaUpd2Y?si=HLRuQwwlt0cY8B_U


제3곡 불타는 칼을 품었다 Ich hab ein glühend Messer


나에게는 달아오른 칼이
내 가슴 속에서 달아오른 칼이

아아, 아아,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깊게 배어버리는구나!

아아, 참으로 나쁜 손님일세!

전혀 멈추지 않고,

전혀 쉬지도 않고,

밤낮도 없이
잠자리에 들때 까지도

아 아프다!

아 슬프구나!


Ich hab'ein glühend Messer,

Ein Messer in meiner Brust,

O weh! O weh! Das schneid't so tief

in jede Freud' und jede Lust.

so tief, so tief, Das schneid't so tief

Ach, was ist das für ein böser Gast!

Nimmer hält er Ruh',

nimmer hält er Rast,

Nicht bei Tag, noch bei Nacht,

wenn ich schlief!

O weh! O weh!

O weh!


하늘을 볼 때면,

파란 눈 두 개가 떠있네.

아 아프구나!

노란 들판을 걸을 때면,

저 멀리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가 보이네.

아 슬프구나!

꿈에서 깰 때면,

그이의 은빛 웃음 소리가 귓가에 딸랑거리네.

아 슬프구나!

검은 관에 누워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한다면 좋겠구나!


Wenn ich den Himmel seh',

Seh' ich zwei blaue Augen stehn!

O weh! O weh! O weh!

Wenn ich im gelben Felde geh',

Seh' ich von fern das blonde Haar

Im Winde weh'n!

O weh! O weh!

Wenn ich aus dem Traum auffahr'

Und höre klingen ihr silbern Lachen,

O weh! O weh!

Ich wollt', ich läg auf der Schwarzen Bahr',

Könnt' nimmer die Augen aufmachen!


https://youtu.be/wA9W1WiUQKM?si=ZvmIL66-pmApaIWo


제4곡 푸른 두 눈동자 Die zwei blauen Augen


내가 사랑하는 이의 파란 눈

나를 멀리 넓은 세상으로 내보낸 그 눈,

모든 게 멋진 이 곳과

영원히 헤어져야 했네

아, 파란 눈이여,

왜 나를 바라보았소?

이제 내게는 영원한 슬픔과 아픔뿐!


Die zwei blauen Augen von meinem Schatz,

Die haben mich in die weite Welt geschickt.

Da mußt ich Abschied nehmen

vom allerliebsten Platz!

O Augen blau,

warum habt ihr mich angeblickt?

Nun hab' ich ewig Leid und Grämen!


고요한 밤, 어두운 들을 가로질러

나는 떠났네.

아무도 내게 잘 가라고 말하지 않았지.

안녕! 안녕! 안녕!

내 길동무는 사랑과 슬픔!


Ich bin ausgegangen in stiller Nacht

wohl über die dunkle Heide.

Hat mir niemand Ade gesagt

Ade! Ade! Ade!

Mein Gesell' war Lieb und Leide!


보리수 한 그루가 길 위에 있기에,

그곳에서 처음으로 잠이 들었네!

보리수 밑에서,

내 위로 꽃잎이 눈처럼 내렸지,

삶이 뭘 어찌 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좋아졌어!

모두! 모두, 사랑도 슬픔도

그리고 세상과 꿈도!


Auf der Straße steht ein Lindenbaum,

Da hab' ich zum ersten Mal im Schlaf geruht!

Unter dem Lindenbaum,

Der hat seine Blüten über mich geschneit,

Da wußt' ich nicht, wie das Leben tut,

War alles, alles wieder gut!

Alles! Alles, Lieb und Leid

Und Welt und Traum!


https://youtu.be/cb-wiq5_RSk?si=xlGb-jBI04d8SC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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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과 영상]

[영상] 토마스 햄슨 &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필하모닉 (DG) _ 젊음의 아련한 향기

[음반] 안네 조피 폰 오터 & 존 엘리어트 가디너 지휘, NDR (DG) _ 우아한 도취의 세계 속으로


바리톤 토마스 햄슨이 젊은 시절 번스타인 지휘의 빈필과 협연한 연주실황(음반과 영상이 모두 존재한다)는 마치 이 가곡집의 젊은 주인공 화자(話者)가 우리 눈 앞에 직접 나타나 노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햄슨 특유의 지성미, 맑디 맑은 젊음, 부드러운 독일어 발음 등이 빈필의 음색과 잘 어우러져 그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가 전해주는 감동이 각별하다. 말러의 가곡 세계를 탐험하는 출발점으로 햄슨의 연주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안네 조피 폰 오터의 연주는 우아함과 격조 그 자체이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담백함을 지닌 그녀의 메조 소프라노 음성은 실로 '고아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쓸쓸함과 관조, 세계와의 조용한 거리감이 차분히 절제된 그녀의 노랫소리를 통해 흘러나온다. 듣는 순간 그녀의 예술이 전해주는 도취적 신비성이 온 몸을 휘감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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