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우리는 왜 눈치를 보며 사는가?)1
민수는 사회 초년생으로 첫 직장에 다닌 지 6개월 차인 26살 청년입니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하루 종일 눈치의 연속 속에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침 회의 시간,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상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차마 입을 떼지 못합니다. 상사가 회의 끝에 “더 의견 있는 사람?” 하고 물으면 심장이 두근거리지만, 괜히 나섰다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혼날까 봐 고개만 숙입니다. 퇴근할 때조차 눈치가 보입니다. 일이 다 끝났지만 선배들이 아직 자리에 앉아 있으면 먼저 일어서기가 망설여집니다. “요즘 애들은 참 싹싹하질 않아” 같은 핀잔을 들을까 봐, 괜히 서류 정리하는 척 눈치를 보며 시간을 때우곤 합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민수의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오늘 회의 때 용기 내서 말 좀 해볼 걸 그랬나? 상사 표정이 별로였는데, 내가 뭔가 실수한 걸까?’ 집에 와서도 민수는 푹 쉬지 못합니다. 회사 단체 채팅방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며 혹시 자신 모르게 뒷말이라도 오가는지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고 맙니다.
문득 그는 “왜 나는 매사에 이렇게 눈치를 보며 살까? 다른 사람들은 다 편하게 사는 걸까?” 하고 한숨을 쉽니다.
민수의 이야기는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민수’로 살아갑니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자랐고, 사회에 나와서는 상사와 동료,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신경 쓰며 살아갑니다. 회사 신입사원 지은(24세)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의 시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만 삼키고, 퇴근 시간에도 선배들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기 할 일을 끝내고도 한참을 빈자리 청소만 합니다. 이렇듯 우리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왜 우리는 남의 눈치를 볼까?
이 질문에 대한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본능적인 사회성
인간은 원래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먼 옛날 공동체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무리에서 버림받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곧 생존과 직결되었죠. 지금은 그런 원시 시대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 뇌는 은연중에 “남에게 잘 보여야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곤 합니다. 거절을 두려워하고 무리에서 튀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둘째, 문화와 교육의 영향
한국 사회에서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 “친구들 사이에서 튀지 마라” 같은 말을 듣습니다. 원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라는 좋은 뜻이지만, 지나치면 눈치 과잉이 되기 쉽습니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정답을 잘 맞히는 모범생이 칭찬받고, 자기 주장보다는 협동과 규칙 준수를 강조하지요. 그러다 보니 “나만의 의견”을 당당히 말해보는 연습보다는 “정해진 답을 눈치껏 찾아내는 법”을 더 많이 연습하게 됩니다.
셋째, 현대 사회의 경쟁 환경
오늘날 우리는 실시간으로 남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SNS만 켜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화려한 모습들이 끝없이 쏟아지죠. 모두가 멋지고 행복해 보이니, 나만 뒤처진 것 같아 괜히 불안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도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사는 척’ 노력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는 승진했다더라, 누군가는 밤늦게까지 일하며 인정받는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억지로라도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 기준”에 못 미치면 도태될 것 같은 압박감이 우리를 더욱 눈치보게 만듭니다.
(다음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