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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창 응봉 최중원 May 20. 2020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게 버려졌다 


사르트르는 내가 세상에 내던져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얻은 상처는 아물 줄을 모르는데

다시 나 스스로 나를 세상에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나의 본질이란 대체 뭘까 잘 모르겠고

배고프니까 나는 일단 라면을 끓일 물을 올린다

라면을 먹는 순간에 나는 라면이 되고 싶다

다 먹고 나면 침대가 되고 싶다

침대에 누우면 나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


오늘 밤에 조용히 내 침대 옆으로 온 세상아

거기 앉아서 내 입에 포도알이나 던져주련

그렇담 나는, 너는 포도처럼 상큼하지 않다고

이딴거 말고 치킨을 사왔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센스있게 맥주도 챙겨왔어야 했다고

한 번쯤은 신나게 너에게 화를 내볼 수도 있을 거다

변명을 듣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묶어서 버릴 수도 있을 거다


나는 매일 침대에 나를 던진다

던져질 바엔 먼저 던지고

버려질 바엔 먼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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