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 독일로 가다!
베를린으로 다시 이사를 온 지 어느덧 반년.
작년 여름 우리는 9년 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왔다. 코로나 때문에 입국 제한이 있었고 결국 남편이 먼저 혼자 쇼코만 데리고 독일로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나와 우리 딸은 언제 독일에 입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코로나 난리통에 독일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쇼코였다.
우리가 예약하려던 아시아나 항공이 카발리아 킹 찰스 스패니얼을 탑승 불가 단두종으로 분류해 놓아서
그것부터 정정을 했어야 했다."카발리아"가 붙지 않는 킹 찰스 스패니얼은 단두종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그런 단두종인 킹 찰스 스패니얼의 신체적 단점을 보완하여 나오게 된 종이 카발리아 킹 찰스 스패니얼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아시아나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얼마 후 아시아나 측으로부터 타사 비교 및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카발리아 킹 찰스 스패니얼을 단두종에서 제외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의 노력으로 앞으로 카발리아 킹 찰스 스패니얼들은 아시아나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들은 비행 중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위탁수화물로의 탑승을 허가하지 않는다. 다른 가능한 항공편으로 따로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항공 케리어는 한 번을 사용하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중형견 이상 사이즈라면 더더욱.
여기저기 폭풍 검색을 하다가 강형욱이 운영하는 보듬샵에서 스쿠도 켄넬로 구입을 했다.
탈부착이 가능한 바퀴와 항공세트도 같이 주문을 했다. 항공세트에는 분리되는 켄넬의 아래위를 더욱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는 나사와 금속 재질로 된 창살이 들어있다. 이동 중 켄넬 위아래가 분리되거나 플라스틱으로 된
창살이 파손되어 반려견이 켄넬 밖으로 나오게 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지금은 지하실 창고에 내려다 놓았지만 처음 얼마 동안 휑하고 낯설었던 베를린 집에서 그 켄넬은
쇼코의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했다.
https://www.bodeum.co.kr/html/shop/prd_detail.php?idx=366&part_idx=42
애기 때부터 쇼코는 겁쟁이 었다.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깜짝 놀라면서 무서워하고 가끔은 산책하다가 옆에 있는 전봇대 보고도 놀라기도 하니까. 그래서 혼자 가는 남편보다도 쇼코가 더 걱정이 되었다. 프랑크푸르트까지 약 10시간 비행. 과연 괜찮을까..
타기 전 인천공항, 그리고 도착 후 프랑크푸르트 공항
인천공항에서 검역 수속을 하고 체크인을 하자 아시아나 항공 직원이 와서 쇼코를 데리고 갔다. 가서 얼마 동안은 혼자 지내야 하는 남편도 토닥여야 하고 배웅 나오신 우리 부모님도 챙겨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쇼코 생각뿐이었다. 과연 쇼코를 데려간 그 직원은 우리 애가 무슨 비행기에 타야 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케이지가 중대형견용이라 컸는데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딪혀서 애 겁먹게 하는 건 아니야? 쇼코 알레르기 있어서 간식 같은 거 주면 안 되는데?? (케이지위에 한국어와 영어로 대문작만 하게 써놓긴 했다. "알레르기 심하니 절대 간식 주면 안 됨!)
우리 쇼코 잘 가고 있을까..
잘 가고 있겠지..
ㅠ.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남편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케이지가 그물과 화물 벨트에 꽁꽁 쌓여있는 사진과 함께.
남편 말로는 쇼코를 픽업했는데 저 꽁꽁 쌓여 있는 그물을 풀어줄 수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손으로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다가 결국 공항 안에 신문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아저씨한테 케이지를 가리키며
"너무 죄송하지만 우리 개 좀 꺼내 주게..."까지 얘기했더니 친절한 아저씨가 가위를 내밀었다고..
원래 베를린을 가려면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같은 곳에서 환승을 한번 해야 하지만 환승하는 것이 쇼코에게
너무 무리가 될까 봐 남편은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에서 쇼코랑 하룻밤을 자고 그다음 날 차로 베를린까지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독일은 대부분의 호텔들이 반려견 동반 숙박이 가능하다.)
시차 적응도 못했을 텐데 400km를 넘는 거리를 10킬로가 넘는 쇼코, 커다란 항공 케이지, 큰 여행가방 3개까지
챙겨가며 가야 하는 남편이 너무 안쓰러웠는데 남편이 보내준 사진 속 쇼코 얼굴을 보는 순간
남편 걱정은 다 잊어버리고 바로 오구오구 우리 쇼코 ㅠ.ㅠ
긴 비행과 낯선 환경이 버거웠는지 쇼코 얼굴이 그냥 한없이 퀭한 거다.
이렇게...
나랑 딸은 그때부터 남편에서 폭풍 잔소리를 퍼부었다.
애 안 힘들게 중간중간 쉬면서 가라.
저기 앉아있는 자리 너무 좁지 않겠니..
저거 말고 푹신한 방석 놔줘라..
차량용 안전벨트는 잘 채워줬니..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다른 개랑
몇 시간 후 남편은 베를린 Grunewald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내줬다.
예전에 베를린에 살 때도 자주 갔었고 여름마다 베를린 오면 꼭 한 번은 들렸던 숲인데 개를 풀어줘도 되고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개들이 수영할 수 있는 호숫가가 나온다.
딸아이와 나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애 피곤하게 거기를 왜 또 들렸냐고 또 한 번 폭풍 잔소리를 했지만
남편은 쇼코와 처음 베를린으로 들어가면서 잠깐이라도 꼭 들리고 싶었다고 했다.
걱정했던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도착한 쇼코
저 사진을 받고 나서야 나는 불안하고 긴장됐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얼마나 고단했는지 저렇게 자고 또 잤다고 했다. (사실 평소에도 하루 종일 자긴 하는데.. )
그렇게 걱정했던 서울에서 베를린까지 쇼코의 여정이 무사히 끝났음에 너무나 감사했고
이렇게 우리 쇼코의 독일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