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이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by Berlinerin

어제 딸이 미국으로 열흘동안 수학여행을 떠났다. 수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딸이 생물을 심화과정으로 선택했는데 이번 여름 그 생물 심화과정 클래스가 미시시피에 있는 어느 한 환경캠프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미시시피에 가기 전 3일 동안은 뉴욕에 머물고 남은 일주일은 캠프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나의 초 예민함과 옵세 같은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게다가 평소 우리와 편하게 다니는 여행에 익숙한 아이라 일주일 전부터 신남과 걱정, 두려움이 공존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들었다 놨다 하기를 반복했다. 휴..

출발하는 날 공항 집합시간이 오전 6시라 우리 셋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갔다.

살짝 긴장한 듯 한 딸. 자식이 느끼는 감정의 몇 배를 느끼지만 철저히 포커페이스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이지 않던가. 쿨한 척하며 건강히 잘 다녀오라 꼭 안아주고 남편과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머릿속에 "어... 큰일이다.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안 됐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여름이면 여기 나이로 성인이 될 것이고 가을이면 대학에 갈 것이다. 난 쿨한 엄마라 혹여 먼 곳으로 대학을 가더라도 자주 가서 만나면 되니까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떡하지... 난 아직 쟤를 독립시킬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있었다. 유학 시절 젊은 나이에 낳은 외동딸이다. 지금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래서 요즘 자꾸만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나는 엄마니까.

정말 솔직하게 한번 생각해 보자. 아무리 자식이 다 큰 성인이어도 부모가 의지하려는 순간 자식은 불안해지며 부담스러워진다. 난 계속해서 쿨한 엄마이고 싶다. 여든, 아흔이 되어서도 우리 딸이 마냥 어리광 부릴 수 있는 그런 쿨한 엄마이고 싶다. 그래서 난 앞으로 우리 딸을 곁에 끼고 살 수 있는 마지막 1년일지도 모르는 이 시간 동안 계속 쿨한 엄마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잘할 것이다. 아직도 나에겐 걸음마하던 그때 그 아기 같기만 한 딸이라 한 발자국만 멀리 내놓아도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은 온전히 내 몫으로 두고 한발 두발 더욱더 멀리 갈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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