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화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자책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였는지 내게 던져진 그림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가웠다.
책을 읽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낸 서양화는 종종 봐 왔었다. 제목을 보았을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그림은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였다.
그는 밝고 따뜻한 빛과 색으로 그림을 그려낸 화가이다.
특히 어린 소녀들이 모습을 많이 그려내었다.
핑크빛 오동통한 볼살과 풍성한 금발과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사랑스럽다
르누와르의 <책 읽는 소녀>
본론으로 돌아가서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윤덕희 <책 읽는 여인> 조선시대 중기
뒷 배경엔 커다란 파초가 있고 책을 펼쳐든 아낙 뒤로 보이는 가리개(삽병) 속엔 구름이 흘러가고 해인 듯 달인 듯 둥근 모양이 그려져 있다.아래로 처진 나뭇가지에는 꼬리가 긴새가 앉아있다.
그림 속 배경으로 봐선 여인의 살림살이가 상류는 되는 듯 꽤 괜찮아 보인다.
그림 속 또 다른 그림인 가리개(삽병(揷屛))속 구름과 새와 나뭇가지는 분명 정지 상태인데
흘러가는 구름은 꽤 속도감마저 느껴진다. 윗부분이 살짝 가려진 해(혹은 달)는 곧 흘러가는 구름 속에 가려질 것만 같다.
새가 앉은 가지에서도 상하로 움직이는 작은 떨림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가느다란 가지가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꼬리가 긴 새는 노래를 부르겠지.
어쩌면 반대로 꼬리를 움직이며 노래하는 새 때문에 가지가 움직이는 지도 모르겠다.
가리개로 쓰인 삽병도 그녀가 앉아있는 책상, 왼쪽으로 보이는 난간도 모두 구도가 맞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된다. 무거운 가채 덕에 고개는 절로 숙여진다.
오른손으로는 책을 받쳐 들고 왼손은 문장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반쯤 닫힌 그녀의 눈은 한편으로는 '어디 보자.' 하고 집중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손가락 끝이 멈춘 채 까무룩 선잠이 든 듯도 보인다.
문장 속 어떤 내용이 그녀를 집중하게 했을까?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보아도 모르겠는 내용이라 지루함에 잠이 든 걸까?
그녀의 선잠 속에는 누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ᆞ그녀의 반쯤 감긴 눈 뒤의 세상이......
윤덕희는 몸은 없이(원본에는 상체가 그려져 있었는데 세월 속에 흐려지고 지워졌다 함) 수염이 가득한 얼굴만 화폭 가득 그려낸 윤두서의 아들이다.
윤두서초상화ㅡ국립중앙박물관ㅡ
혹시 이름만 보고 여성화가라고 생각하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아시는 분이라면 그림에서 느껴지는 고집이랄까 뚝심이랄까 범접하기 힘든 그 어떤 아우라가 느껴짐을 경험했을 것이다.
위쪽은 잘린 탕건과 얼굴 윤곽을 따라 그려진 수염은 한 올 한 올 마지 진짜 수염을 갖다 붙였다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이다ᆞ조선시대에는 주로 왕의 용안이나 권세 높은 벼슬가의 모습을 그린 것 외엔 초상화가 귀하여 더욱 가치가 있는 그림이다.^^ 학부전공이 고고미술사학이라 조금 아는 척을 해보았다ᆞ(잘난 척 절대 아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