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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연습-일기 소소한 기록이 선사하는 놀라운 힘

100-19일기 쓰기를 권함

by 다올

워문장

안으로 자기를 정리하는 방법 가운데에서 거장 좋은 것은 반성의 지세로 글을 쓰는 일일 것이다. 마음의 바닥을 흐르는 갖가지 상념을 어떤 형식으로든 거짓 없이 종이 위에 옮겨 넣은 글은, 자기 자신을 비추어 주는 자화상이다. 이 자화상은 우리가 자기의 현재를 살피고 앞으로의 자세를 가다듬는 거울이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것, 김태길


나의 문장

어린 시절, 초등학교 책상에 앉아 밤마다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다음 날 아침, 선생님께서 빨간 펜으로 써 주신 짧은 답글과 '참 잘했어요' 도장은 작은 성취감과 뿌듯함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저 역시 20대까지 꾸준히 일기를 썼지만, 누군가 제 개인적인 기록을 읽었던 불편한 경험 이후 한동안 일기 쓰기를 멈췄습니다.


아버지는 올해로 85세가 되셨습니다. 아버지를 보며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밤 작은 수첩에 그날의 일들을 간단하게 기록하십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어디에 지출했는가를 기록하십니다. 일기를 겸비한 가계부라고나 할까요. 특별할 필요가 없는 일상의 조각들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네 아버지는 쓸데없는 걸 왜 매일 적는지 몰라!"라는 핀잔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비료 한 포대 만 원, 노인회관에 가서 점심 먹고 옴- 이렇듯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시는 아버지의 꾸준한 습관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아침 먹고, 학교 가고, 공부하고."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져 일기 쓰기를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바로 이 평범하고 소소한 하루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구성하는 소중한 조각이 되는 것 아닐까요? 마치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점묘화처럼 말입니다. 일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루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내일은 더 나아지기 위한 다짐을 하게 됩니다. 힘들었던 하루, 화가 났던 순간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감정을 정화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마음속의 응어리를 꺼내어 햇볕에 말리는 것처럼 나쁜 감정들이 가벼워집니다. 일기는 이렇듯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줍니다. 바쁜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 중엔 아침에 일기를 쓰는 것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밤에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이것은 잘못했고, 저것은 해야 했는데 못 했네.’ 하며 자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반명 아침에는 못한 것보다 할 것들을 계획하고 살피며 새로운 하루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일기 쓰기로 시작하면 하루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침 감사 일기의 효과를 느껴 본 사람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 깜빡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는 요즘, 기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 다이어리를 새로 샀습니다.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이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함께 일기 쓰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당장은 평범하고 무료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순간들이, 시간이 흘러 되돌아봤을 때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지 모르잖아요.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듯, 일기는 우리에게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마법 상자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 기억들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고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문득 어린 시절에 보았던 TV 만화 주제곡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이라고 쓰고서

나는 잠깐 생각한다.

어떤 하루였나 하고

점수를 주게 되면 몇 점일까?

새하얀 일기장은 나의 마음

사랑의 학교 종소리 따라서

한 장 또, 한 장 넘겨 가면

언젠가 나의 꿈과 만날 거야

-사랑의 학교 주제곡(19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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