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에 대한 나의 생각
[100-28 ]배선숙-우리는 왜 공허한가
원문장
과거에는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외모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만큼, 오히려 외모에 대한 불만과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우리는 왜 공허한가-멍창엔-
나의 문장
‘외모지상주의’라는 단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 작가 멍창엔이 지적했듯이, 과거에는 외모를 바꿀 수 없었으니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겠지. 불만이 있다면 부모를 원망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돈만 있으면 부모조차 못 알아볼 만큼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세상이야.
나도 20대에 쌍꺼풀 수술을 했어. 눈이 아주 작지는 않았지만, 눈두덩이에 지방이 많아 늘 부어 보였거든. 한쪽은 쌍꺼풀이 있었고, 다른 쪽은 외꺼풀이라 얼굴의 좌우 균형이 안 맞았어. 버스를 탈 때면 늘 오른쪽 얼굴이 승객들에게 보이게 자리에 섰어. 오른쪽 얼굴은 여성스럽다고 느꼈지만, 왼쪽 얼굴은 남성처럼 보였거든.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백작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
고등학교 졸업 후 수술을 받고 나서야 오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오랫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은 듯했지. 하지만 출산을 거듭할 때마다 체중이 늘었고, 종아리가 가늘었으면, 팔뚝이 날씬했으면, 뱃살이 빠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라. 당시 지하철 광고판에는 지방흡입으로 날씬해진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어.
우리는 종종 인터넷에서 성형 전후 연예인들의 사진을 봐. 쌍꺼풀 수술은 기본이고,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이마와 볼에 지방 이식을 하는 경우도 흔해. 보톡스는 예방접종보다 더 자주 맞는 시대가 됐고. 때로는 성형 전 얼굴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한 모습을 보고 놀라게 돼. ‘의느님’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상할 게 없지.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 한두 군데 고치는 건 괜찮을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는 성형 중독이야. ‘풍선 아줌마’로 알려진 성형 중독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지.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고 고백하는 연예인들도 있어.
나이가 들수록 탁해지는 흰자를 맑게 하는 수술, 손을 젊게 만드는 수술, 심지어 은밀한 부위 성형까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시술들이 등장했어.
나도 성형 경험자로서 외모에 자신감을 주기 위해 한두 번 고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 하지만 끝없는 성형 수술의 늪에 빠지는 건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어쩌면 진짜 문제는 사회가 강요하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일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