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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만에 한국에 왔어요.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의 한국 여행

by 다올

관광지에서 호떡을 팔다 보니 주 고객이 주로 관광객이다. 가깝게는 목포에서 멀게는 강원도에서도 오신다. 그중에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이 대구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기준이다. 다른 가게들은 어쩐지 모르겠다.


나는 먼저 호떡주문을 받은 뒤 두 번째로 어디에서 오셨는지 물어본다. 각 지역사투리를 잘 알고 있어서

"혹시 ㅇㅇ에서 오셨어요?"

하고 물으면

"어떻게 아셨어요?" 되려 물으시기도 한다.


간혹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맞이할 때가 있다. 완전 외국인 손님도 있지만 교포관광객도 가끔 있다. 오늘은 60대 후반 70대 초반의 교포손님이 왔다. 미국에서 오셨다는 네 분은 삼십 년 만에 한국에 오셨다고 했다. 당신들이 떠나실 때의 모습에 비교하면 너무 많이 바뀌어서 낯설다 하셨다. 왜 안 그렇겠는가. 퍼플교만 하더라도 천사대교가 개통된 한 두해 사이에 엄청 변하였다. 한 달 여정으로 방문하셨다고 했다. 미국에서 오실 때는 한 달이 길게 느껴졌겠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는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삼십 년 전에 떠나셨다면 30~40대에 떠나신 것인데 타국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예해방이라는 역사적인 일이 오래전에 있었지만 여전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이다. 특히 동양인에 대해서는 혐오감까지 가진 사람들이 많아 종종 '묻지 마 폭행'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 일주일을 보낸 뒤 전국투어 중이시라고 했다. 서해 쪽을 돌고 목포에서 일박을 하고 신안에 오셨다고 했다.

신안의 퍼플섬은 연육 되기 전엔 '꼭 가봐야 할 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되었다. 미국에서 오신 분들도 TV에서 보시고 이곳을 찾으셨다고 했다. 너무 오랜만의 한국방문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으셨을 텐데 이렇게 신안을, 신안중에서도 퍼플섬을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맛있게 구워드리려 최선을 다했다. 그분들이 기억하고 있는 호떡맛과 나의 보라호떡 맛은 얼마나 비슷할까?

"맛있으세요?"

라는 질문에

"맛있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면서 호떡 색이 보라색이라 신기하다고 하셨다. 하루에도 몇 번을 반복해서 대답하는 말이지만 비트를 넣었고 비트는 혈관에 좋은 채소니 건강호떡이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 드렸다.


남자 한 분이 호떡을 드시다가 옷에 꿀을 흘리셨다. 나는 얼른 물휴지를 건네드렸다. "이걸로 닦으시면 흔적도 없이 지워져요."

"와, 진짜 깨끗하게 지워지네요."

"원래 호떡은 흘리면서 드시는 게 정상이에요. 안 흘리시고 드시는 분들이 잘못하신 거죠."

"하하하, 그렇죠?"

호떡하나에 옛 추억을 회상하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나는 신안군 관광해설사답게 퍼플섬을 관광하는 방법과 더 둘러보실 곳들을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맛집도 소개해 드리며 꼭 그 식당에서 신안의 명물인 뻘낙지를 꼭 드셔보라고 권해드렸다. 호떡을 다 드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면 퍼플교로 향하셨다. 나는 꼭 다시 오시라는 인사로 보내드렸다.


센스 있게 보라색 원피스와 모자를 준비해 입고 오신 두 여사님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오늘 이곳 퍼플교의 전경들을 눈에 가득 담고 보라 호떡의 맛을 입안 가득 담고 미국에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때때로 추억은 풍경과 맛으로 기억되는 법이니까. 앞으로 보라색을 볼 때 이곳 퍼플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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