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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Sep 13. 2024

정신머리를 어디에 두고

ㅡ정신 차리자ᆞ그래도 오늘의 당근은 성공적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모르겠다.

오늘 12시 10분 수업인데  나는 1시 10분으로 착각했다. 11시쯤  남편이 외출하면서 같이 출발하자는 것을 나는 1시간 여유 있다고 말까지 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가는 길에 동네 카페까지 들러서 아이스커피까지 한 잔 주문하고 들고 나오는 여유까지 부렸다.


수업이 있는 복지관까지는 1시간 좀 더 걸린다.

단지 내 들어서 주차 직전에야 내가 착각했음을 알아챘다. 오 마이 갓!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오늘따라 손이 많이 가는 수업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용돈 봉투를 만드는 날이었다.

얼른 아직 미완 된 용돈봉투 만드는 것을 도왔다.

어르신들이 "선생님 이제 왔소?" 하신다.


서둘러 봉투 접기를 마치고 준비해 온 매니큐어를 꺼내 희망자에 한해 손톱에 발라드렸다.

대부분 60대 후반부터 80대까지 신데  손이 고우셨다. 손이 늙어 밉다시며 안 바르시겠다고 하셨지만 내  손보다 훨씬 고우셨다. 아무리 험한 일을 해도 고운 손이 있고 타고나길 험한 손이 있다. 내 손은 후자이다.


어머니들의 하얀 손에 분홍색과 봉숭아 물든 것 같은 주황색이 잘 어울렸다.   다섯 분은 열손가락 다 바르셨다.

안 바르신다는 어머니들도 꼬셔서 새끼손가락  하나만 바르자고 해서  세분께 발라드렸다.


쉽게 벗겨지지 말라고 두 번 발라드렸다.

"이삐요. 이삐."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좋아하신다.

따로 준비한  추석 선물인 스카프도 꺼내어 목에 둘러보시고 기뻐하신다.


"어머니, 추석 때 자녀분들 오시면 자랑하셔요. 용돈 봉투에 돈도 많이 채우시고 스카프도 자랑하셔요."

"잉, 그래야지. 선상님 덕에 우리가 호강하요. 고맙소잉."

짙은 전라도 사투리로 고마움을 표시하시는 어머니들.


어머니들, 추석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만나요.


함께 한 선생님께 너무 미안했다. 죄송해요. 선생님.




집에 가기 전에  당근을 접속했다.

'뭐 좋은 거 있나?'

나의 레이다망에 플라스틱 박스가 보였다.

'그래. 이것 좋은데, 수납하기 딱이야'


서둘러 채팅으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약속을 잡았다.

남악 오룡. 처음 가 본 동네다.

여기저기 아파트를 짓느라 공터마다 큰 차들이 드나든다.

 

뚜껑과 바퀴가 달린 아주 큰 수납함을 5개에 만원을 줬다. 한쪽 손잡이  잠기는 부분이 고장 난 것이 하나 있는데 가져가겠냐고 물으시기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덤까지  얻어왔다.


누군가에게  소용없어진 물건들이 누군가에겐 요긴 한 살림이 되기도 한다.

종종 목포나 군산에 가면 당근을 켠다.

'당근ㅡ당신의 근처'라는 모토덕에 내가 사는 섬에서는 검색은 되나 차지할 수 없는 물건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도시에 갈 때면 얼른 당근에 접속한다.


탐나지만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종종 있는데 그중 1순위는 피아노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필요가 없어진 피아노들이 종종  무료 나눔으로 올라온다.


'어디다 놓으면 좋을까?'

 아무리 궁리해도 자리가 안 나온다.  매번 포기다.


20만 원대 후반의 새것과 진배없는 우드자리를 6만 원에, 날마다 쌓이는 책을 수납해 주는 9칸짜리 책장 두 개는 나눔으로 내 살림이 되었다. 이밖에도 여러 개의 냄비 뚜껑, 빙수기계. 제습기 등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당근에서 한 달에 2~3백을 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수익은 없고 사기만 했다.

그냥 딱 봐도 팔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아직은 소비자에 머물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  생산과 소비를 잘하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을까?


내다 팔지도 내다 버리지도 못하는 집은 점점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 여름옷을 정리하고 가을 옷을 꺼내야 하는데 여름은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시동을 켜자 바깥온도가 34도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나는 서둘러 에어컨 파워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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