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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Sep 21. 2024

취향을 모르는 여자의 미장원 방문기

긴머리를 자르고 시골아낙처럼 파마를 한 날

동네 미장원,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이다. 오늘도 머리를 못하면 목포에 나가서 머리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카락은 등 중간을 넘어 허리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사실 긴 머리보다 나를 못 견디게 한 것은 앞머리이다. 반곱슬인 머리카락은 유난히 앞머리에 도드라진다.


'올백'머리로 거의 머리를 땋거나 둘둘 말아 똥머리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포니테일로 묶고 다녔다. 중간에 커트머리를 한 번 했던 것을 제외하면 근 십 년동안 긴머리였다.

몇 번인가 시어머니께서 내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면서 말꼬랑지 같다고 하셨다.

뒤통수 높은 곳에 혹은 목뒤로 묶은 머리는 충분히 말꼬랑지처럼 보인다.


오늘 오전까지의 모습


긴 머리를 좋아하는 것이 맞기는 하는데 솔직히는 남편의 취향이 더 반영된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긴 머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신랑은 집착한다.

삼 년 전에 말 안 하고 커트로 잘랐는데 며칠 동안 계속 물었다.

"여보, 가발 쓴 거지?"

울상을 하고 여러 차례 물었다.

"여보,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요."

내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삼 년 만에 내 머리카락은 허리 근처까지 자랐다.


나는 내 취향을 모른다.

어떤 헤어스타일을 원하는지 모르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런 내가 나는 참 답답하다.

미장원은 많이 가면 일 년에  두 번.  옷을 사기 위한 쇼핑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안 하다 보니 그런 건지 나는 내 취향을 모르겠다.


오늘 머리를 거의 어깨쯤까지 자르고 펌을 했다. 앞머리도 잘랐다.

"이 정도 자르면 될까요?"

"음, 네."


머리를 어떻게 잘라놨던 어떻게 말았던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해본 적이 없다.

다 맘에 들어서? 물론 아니다. 마음에 안들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머리는 자랄 테고 웨이브는 풀린다.


그리고 솔직히  미용실 벽이랑 잡지 속 헤어스타일은 거의  세팅머리라  평상시에  그런 머리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여하튼  세 번 찾아간 끝에 머리를 했다.    

"여보, 어때요?"

"응, 시골 아낙 같아"

"시골 사니까 시골 아낙 맞지 뭐."


머리카락이 마르니까 앞머리는 깡똥 올라 붙고 웨이브도 많이 풀렸다.

이젠 매일 앞머리를 드라이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이번에도 내 맘에는 썩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가 내 취향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막연하게 원했던 스타일보다는 기장은 짧고 웨이브는 흐리고(?) 앞머리는 깡똥 짧다.

하지만 괜찮다. 머리카락은 계속 자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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