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올 Sep 12. 2024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법

불편한 편의점을 다시 읽으며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법(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나는 2022년 5월 9일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책을 덮으며 간지에 써 놓았던 글을 발견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곁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다.”


이 문장은 책 속의 한 문장이기도 하고 이 책을 덮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문장이다.




2년전에도 그랬듯이 나는 독고라는 인물을 통해 3년전 서울역에서 만났던 노숙자들이 떠올랐다. 그 날은 모교인 미림여고의 스승의 날 행사가 있던 날이다. 일정이 끝나고 밤 12시 기차로 목포로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후 도시락이 여러 개 남아서 서너 개 챙겨왔다. 어차피 폐기될 도시락이었는데 꽤 돈을 주고 맞춘 도시락이었다. 대합실이 앉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뒤쪽 의자에 앉아있는 노숙자를 보았다. 종이가방에 챙겨왔던 도시락을 꺼내 주며


“이것 드세요.”


하며 생수병도 함께 챙겨주었다. 의아한 모습으로 나를 보던 그는 들릴 듯 말 듯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이내 시선을 도시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주위에 있던 노숙자들이 더 모여들었다. 나는 기차에서 먹을 샌드위치 한 조각만 남기고 모두 그들에게 주었다. 더 챙겨왔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자정이 다 되가 던 그 시간의 도시락이 그들의 첫 끼가 아니길 바랐다. 아마 이때의 나의 감정은 “측은지심” 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이다.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아직은 살만 하다는 마음과 용기를 가지게 한다고 믿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세묜이 미하일을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추운 겨울 교회벽에 벌거벗은 몸으로 웅크려 있던 그를 그는 자신의 낡은 외투를 벗어 그에게 입히고 집으로 데려간다. 이 역시 내 곁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행복이 있다는 말과 일맥 상통한다.  


그날 낮에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역사의 노숙자들을 보고 좀 흠칫했었다. 오랜만의 상경이었다. 시골에선 노숙자들을 보기 힘들다. 가난한 삶이더라도 길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며 그날의 일이 오버랩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자기계발서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읽던 시기여서 소설은 오랜만에 읽는 것이었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매일 반성과 후회만 하던 나에게 오랜만에 감성으로 다가오는 소설은 나를 책 깊숙이 빠져들게 했다,


편의점은 말그대로 편리함이 최고의 가치인 가게이다. 내가 사는 섬엔 네 개의 큰 섬이 다리로 연결 되어있다. 7년전 내가 섬에 들어왔을 때는 편의점이 딱 하나 있었다. 천사대교가 연결되고 사람들의 통행이 늘면서 이젠 서너 개의 편의점이 더 들어섰다. 그래도 아직 편의점이 없는 섬도 있다. 나는 도시에 살 때 편의점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일반 슈퍼마켓보다 물건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둠과 함께 가게 문을 닫는 시골 가게의 구조 덕에 나는 편의점을 섬에 와서 살면서 드나들게 되었다. 제일 요긴하게 이용한 것은 밤늦게 배드민턴을 친 후 돌아가는 길에 마시는 캔맥주 혹은 탄산음료를 마실 때이다. 가장 도시적인 공간을 가장 비 도시적인 곳에서 이용하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대로 이곳 올웨이즈 편의점은 없는 것도 많고 불편한 편의점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다만 물건의 부재만을 말하지 않는다. 편의점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 즉 관계의 불통에서 오는 불편함을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에게는 호시탐탐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는 아들과의 불통, 직원인 선숙씨와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겠다며 선숙씨가 보기엔 매일 게임만 하는 아들과의 불통. 쌍둥이 아빠와 가족 간의 불통 등 수많은 인간관계의 불편함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독고 역시 그런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알코올성 치매로 노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염여사의 파우치를 찾아주면서 맺게 된 인연으로 독고는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된다. 곰처럼 느리고 어눌한 그의 말투 자체는 불편함의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그를 불편해 했던 편의점 직원들도 결국을 그를 좋아하게 된다.


올웨이즈 편의점 주인인 전직 교사 출신 염여사의 인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우리가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의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말하고 있다. 염 여사는 아들보다도 편의점 직원들을 더 진짜 가족처럼 느낀다. 그닥 수입이 되지 않는 편의점을 접지 못하는 것도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고 내 모습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현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시준비를 하고 있던 시현은 포스를 매우 잘 다루었는데 독고의 권유로 그 재능을 영상으로 올리게 되는데 그 영상덕에 스카우트되어 편의점을 떠나고, 공무원시험을 포기한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진로 변경은 우리에게 유연성과 적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책 속의 진상손님은 단골인 자기가 피우는 담배를 척 꺼내 주지 않는 시현에게 무례하게 굴지만 요즘은 단골 손님을 아는척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을 적이 있다. 잘 모르는 알바생의 친절을 불편 해하는 시대. 요즘이 그런 시대이다, 개인주의의 심화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알 수 있다. 어눌하고 둔해 보이는 독고는 불편한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불편함을 제일 먼저 해결하게 된다.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편한 편의점을 찾는 우리 이웃의 불편함을 하나 둘 해결해준다. 특히 불편한 가족관계를 회복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이 어떻게 가족을 잃게 되었는지 감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독고와 만난 사람들은 그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동과 통찰을 전달하는 소설이다.




독고를 통해서 편의점 속 인물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독고라는 독특한 필터링을 통해 염 여사와 선숙씨의 두 모자는 본연의 모자관계로 회복하게 된다. 특히 선숙씨에게 삼각 김밥을 주며, 그냥 아들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한다. 극중 선숙이란 이름은 내 이름이기도 해서 책을 읽으면서 감정 이입이 더 잘되었다. 하지만 나는 선숙씨와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다. 그렇지만 100% 다르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아들, 딸과 이야기할 때 듣기보다는 더 많이 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론 더 듣는 자가 되자하고 마음먹었지만 결심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결심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이다.



책이 끝나갈 즈음 독고씨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리게 된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라 단숨에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뽑는 최고의 픽은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 곁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다."이다. 부부, 부모자식, 직장, 이웃, 특히 치정자들의 불통시대인 이 시대에 누구나 한 번은 꼭 읽어 보길 권하고 싶는 책이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만 하고 있고 질문엔 엉뚱한 답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오늘도 뉴스채널을 돌린다


"불편한 편의점"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인간 관계의 중요성, 소통의 가치, 그리고 일상 속 작은 변화의 힘을 일깨워 준다. 소설 속 편의점은 단순한 상품 판매 장소가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특히 독고라는 인물은 말 수는 적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이는 때로는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 제3자의 존재나 새로운 시각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내 주변의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읍내 편의점에 가서 이슬톡톡 두 캔을 사서 벌초 다녀온 남편과 한 잔 마셔야겠다. 동네 슈퍼에는 팔지 않는 알코올 3도짜리 이슬톡톡 두 캔이면 우리 부부의 얼굴은 캔 색깔인 분홍보다 더 붉어진다. 우리 부부는 붉어진 얼굴로 “사랑해. 잘 자요.” 라는 굳나잇 인사를 하고 편히 잠들 것이다. 행복은 늘 내 곁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