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바쁘다 바빠." 하면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8월도 한주가 끝나간다.
8월부터는 감사하게 병원에 입원하신 어르신들의 인지 수업도 시작하고, 재가 암환자들을 위한 수업도 하게 되었다.
딱 7년 전에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섬으로 들어왔다. 섬에 들어올 땐 1년 안에 웬만한 섬에 한 번쯤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7년이 시점에서 둘러본 섬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같은 곳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다른 섬을 가는데 세네 시간 걸리는 곳도 있다.
흑산도도 가려면 목포까지 나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리고 쾌속선 타고 두 시간이 걸린다. 미리 가서 예매한 표도 바꾸고 해야 해서 실질적으로 도착하기까지 4시간 정도 소요하게 된다.
이번 한 주에만 수업이 네 개였다. 흑산도, 임자도, 지도, 그리고 병원 수업까지.
이번 재가 암환자들의 수업덕에 14개 읍면을 다 다녀보게 되었다. 일을 여행처럼 생각하며 왕복시간이 길더라도 즐겁게 다녀볼 생각이다. 신의도, 하의도, 장산도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섬이다. 그 섬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까?
병원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섬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생각보다 얼굴이 좋아 보이셨다. 어르신들이 공예시간에 색칠을 꼼꼼하게 선 밖으로 나가지 않게하시는 것에 놀랐고, 쓱싹쓱싹 가위질 솜씨에 놀랐다. 이 또한 나의 편견이 아니고 무엇인가!
병원에 계신 어른들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기능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단정지은 것.
암을 겪었거나 겪고 계신 분들은 모두 힘이 없고 의욕도 없을 거라는 생각.
모두 오산이었다. 표정도 밝으셨고 궁금한 것도 잘 물어보셨다. 질문에 대답도 잘해주셨다. 내 예상을 뒤엎은 모습에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환자니까 치매니까 라는 선입견을 깰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재가암환우들과 아로마 디퓨저를 만들며 행복했다. 좋은 향기에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람도 있다.
병원에 계신 경도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부모님께서는 나이가 들어도 자식 걱정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에 계시고 싶지만 그러면 자식들 힘드니까, 걱정하니까 병원으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
병원 환경도 좋았고 돌봐주시는 간호사나 요양사, 행정직원들도 몹시 친절했다.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은 것은 묵묵히 뒤에서 그런 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할것이다. 내 부모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신의 부모 모시듯 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쳐드린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돌아간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
비록 1년에 한두 번.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지만 내 역할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노년 삶. 암환자의 삶을 나는 그분들을 보면서 작게나마 체험한다. 그리고 막연히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아마 그럴 거야.' 했던 생각도 버리게 되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치매가 있다고, 암에 걸렸었다고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주어진 삶 속에서 나름 열심히 때론 치열하게 사시는 모습, 그리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모습에서 배움을 얻는다.
얼마 전만 해도 1/4이 암에 걸린다고 했는데 이젠 1/3이 암환자라고 한다. 그리고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암이나 치매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누가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나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간접체험한 시간을 통해서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어찌 살아야 하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지?' 하는 생각..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게 건강관리에 좀 더 힘써야지.
짜증을 내기보다 행복해해야지.
죽음을 앞두고 ~껄.~껄(좀 더 사랑할걸, 더 여행을 많이 할걸,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낼걸 등) 하지 않게 하고 싶은 것 더 많이 도전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