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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Mar 12. 2018

기댈 언덕을 상상하며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강력하거나 임팩트 있지는 않아서 돈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굉장히 힐링되고, 오감에 집중할 수 있으며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약간이라도 번아웃 되었다고 느끼거나,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질문을 던지며 힐링하는 영화


영화가 끝날때쯤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인가’하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에서 명확하게 ‘리틀 포레스트’의 뜻은 이것이다! 하고 나오지는 않지만, 내가 내린 정의는 이러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내가 기댈 언덕’이다. 언제든지 쉼을 취할 수 있고,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굳이 도약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주인공 혜원이는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1년간의 농촌 생활을 통해 내면의 평안을 찾은 듯 하지만, 확실히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집을 제외하면 아직 이렇다할 생활 여건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이는 리틀 포레스트가 한순간에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분명하게 알고,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살고, 나에게 주어진 자연, 의식주, 인간관계를 누리며 살다 보면 나도 비빌 언덕을 찾을 수 있다는 소소한 생각을 해봤다.




오감에 집중할 수 있는 영화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잔잔하고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집중해서 들려준다. 발걸음 소리, 문 닫는 소리와 같은 사소한 소리가 훨씬 크고 분명하게 들린다. 더하여 힐링 영화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요리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요리할 때 보이는 음식의 색깔(시각적)과 들리는 소리(청각적 요소)를 집중하여 보여준다. 마치 ASMR과 같이 화면에 빨려들게 된다.




농촌을 아름답게 다룬 영화

다만, 영화처럼 깔끔하기만 하고, 적당히 힘든 일을 하고 적당히 돈을 벌며,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만 있는 농촌은 없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농촌은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 평론이 있어 아래에 옮겨 본다.


◆ 농촌 판타지로 소비되지 않기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에서의 삶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낭만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동네에서 엄마 험담을 하는 등 농촌 커뮤니티의 답답함을 짧게나마 집어넣고, 풍수해를 입어 힘들여 지은 농사를 망치는 것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또한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은숙을 통해 “여긴 포근하지만 진짜 답답하다.”는 말도 들려준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이 구체적인 농촌에서의 삶이 아닌 이미지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임순례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일본판과 달라진 것에 대해 “한국적 상황을 고려했다. 엄마가 가출을 하는 시기도 원작과 달리 딸의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로 늦추었는데, 이는 한국 관객들의 납득을 돕기 위함이었다. 또한 젊은 여성 혼자 시골집에 내려가 사는 상황을 한국에서는 위험하다고 느낄 관객들이 많기 때문에, 관객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가까이에 고모가 살고 계시다거나, 친구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설정으로 조연의 비중을 늘렸으며, 원작의 고양이를 큰 개로 바꾼 것도 든든해 보이기 위함이었다.” 라고 밝혔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실제 농촌에서 젊은 여성 혼자 사는 것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며, 영화가 그린 혜원의 일상은 면밀한 조율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가령 혜원의 일상에서 친구들이 없다면 적적할 것이고, 엄마로부터 세련된 요리기술을 전수받지 못했다면 혜원의 삶은 그처럼 풍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영화가 보여주는 혜원의 농촌 생활은 잘 조율된 일종의 판타지이다. 무엇보다 혜원이 농촌에서 보낸 한 해 동안 자립 경제를 이루었다고 할 수도 없으니,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로 보기 힘들다.

영화가 리얼리즘이 아닌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한 판타지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는 도시의 바깥에 농촌에서의 삶도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환기한다. 즉 도시에서의 각박한 삶이 전부가 아니며, 조금 쉬어가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농촌에서의 슬로우 라이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돌아갈 곳이 있다. 제대로 먹고 제대로 느끼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외친다.

<리틀 포레스트>가 귀농을 대안적 삶으로 제시하는 영화로 읽히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그보다는 혜원이 고향에서 자신의 작은 숲을 찾았듯이, 나의 작은 숲은 어디에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는 화두로 읽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신의 작은 숲은 어디인가. 그곳에도 계절마다 꽃과 열매와 제철 음식들이 가득한가. 이제부터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엔터미디어, 황진미의 편파평론 <’리틀 포레스트'가 던진 화두, 당신의 작은 숲은 어디인가>에서 발췌
http://v.entertain.media.daum.net/v/20180307145427958?q=

(글 내용에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를 봤다면, 또는 스포에 개의치 않는다면 전문을 보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배역 배우   참 예쁜 영화


김태리 배우는 차분하게 혜원이가 가진 마음의 어두움과, 사계절을 지나며 밝아지는 과정을 표현한다. 배역 설명만 보면 임용고시에 몇년째 실패하고 취업, 연애 등 아무것도 잘 되지 않는 서울생활에 지친 사람이라 우울할 것 같지만, 배우가 가진 상큼함 덕분에 한없이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진기주 배우의 역할은 서울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지나치게 자본주의의 편을 들지 않고, 적당히 순수하고 적당히 현실적이다. 이 배우 역시 귀엽고 말괄량이같이 배역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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