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Dates of Christmas 공연의 단상
노래를 가르치며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변화를 선물하는 파이브스토리에서 3개월간 노래를 배운 사람들이 구성한 공연 <12 Dates of Christmas>, 그 무대에 피아노로 함께한 후 느낀 단상
01.
내 호흡이 아니라 호흡을 맞춰가는 것
‘연주’를 하는 것과 ‘반주’를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연주는 내 것이고, 내 감정이자 표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반주는 내 것이 아니라 상대의 것이기에 무조건 묻혀야, 다시 말해 숨어야 한다. 그런데 연주와 반주의 중간단계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노래하는 사람이 쉬는 숨을 따라 쉬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사람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서, 그 사람이 올라가면 나도 올라가고, 내려가면 나도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노래와 건반이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악기인것처럼, 건반을 노래에 딱 붙여줄 수 있다.
하지만 따라 숨 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내 숨을 잘 쉬고 있어야 노래하는 사람이 잠시 길을 잃었을때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내 숨을 쉬어야 내 음악이 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다. 결국 내 숨과 노래하는 이의 숨, 두 가지의 숨이 각자 존재하면서 하나가 되는 모순이 가능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02.
노래를 부른 사람들은, 누가 옆에서 춤을 춰도 모를만큼 몰입하여 온 몸이 터질 것 같은 모습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마치 눈물연기의 달인인 배우처럼, 옆에서 누가 건드리면 눈물이 툭 날것 같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물론 부럽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꾹꾹 눌러담다가 몰아서 한번에 표현하지 않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감정 표현은 일상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노래하는 사람은 멋있다. 다른 사람의 가사에 공감할 수 있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감수성이 있고, 감정을 컨트롤하며 적재적소에 표현할 줄 알기 때문에.
03.
함께 무대를 꾸민 이들의 대부분은, 직업이 가수이거나 전공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어떤 분야이든 그러할 것이다, 내가 가장 깊이 고민하고 가장 오랫동안 연습해 왔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다.
04.
졸업을 하고 나니 피아노 칠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꼭 피아노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 내 것을 어느 것도 보여줄 기회가 없다. 한번 해보니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장을 계속해서 갖고 싶다. 내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마구 드러내고 전달하고 싶다.
05.
듣고, 카피하고, 치고. 그 고된 일을 한번 해보기로 다짐했다. 훈련해야 발전할 수 있고, 그래야 내 손을 컨트롤할 수 있다. 떠오르는 대로 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을 컨트롤하여, 단단하게 훈련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