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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Jun 08. 2018

모두를 위한 사회가 맞을까 (1)

ATM에서 알게된 것

오늘 ATM을 이용하러 갔다. 옆칸 할머니가 "이게 뭔지 알아요?"하면서 물어보셨다. 봤더니 위비꿀머니(포인트)로 이체수수료를 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겠냐는 질문 창이었다. 평소에는 나오지 않는 창인데 갑자기 나와서 당황하셨던것 같다.

휙휙 지나가는 질문창의 질문을 이해하는것조차 힘든데, 위비꿀머니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오니 더 어려우셨을 거다. 다행히 '포인트'라는 개념은 잘 아셔서, "이체하시는데 수수료가 천원인데 그걸 어머니 갖고 계신 포인트로 낸다는거에요" 했더니, "아 그럼 하면 좋은거아녀?" 하셔서 "네 하시면 천원 절약되는거에요!"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시간초과라면서 다시 처음부터 이체하라고 하고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다.


(위비꿀머니는 우리은행에서 거래하면 자동으로 쌓이는 포인트이다.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지만, 인터넷뱅킹에서 굽이굽이 메뉴를 들어가서 입력해야만 가능하다. 무슨 기준으로 쌓이는지 잘 모르겠다.)




ATM은 분명히 편리한 도구이다, 하지만 모두가 쓸 수 있는 도구인가?


ATM, 인터넷뱅킹, 이제는 모바일뱅킹까지.. 은행이 자동화되면서 이제는 밤 12시에도 은행 거래가 가능하다. 큰 일이 아니면 굳이 은행에 가서 줄 설 필요가 없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있고, 나도 인터넷 뱅킹의 수혜자다.


종이통장을 고집하는 엄마는 매번 은행에 가서 통장을 찍는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나 정도 나이대는 그래도 할 수 있는데, 나보다 더 나이든 세대는 이제 은행도 이용 못하겠어"


우리 동네 은행에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다. 종종 창구에서 실랑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장을 만들때 이런 이런 요소가 기본적으로 선택되어 있고, 당시에 은행원이 분명히 고지를 했을텐데,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그 당시의 은행원은 당연히 제대로 고지했을 것이다. 설명도 충분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챙기는 편인 나조차 은행 업무는 너무 어렵다. 카드를 하나 만들려 해도, 상품은 너무 많고, 인터넷 뱅킹에서 어떤 메뉴로 들어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컴퓨터를 잘 쓰려면 사용법을 배워야 하듯이,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익숙해지는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리고 세상 모든걸 모든 사람이 다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건 아니다. 또,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 할머니도 ATM에서 이체하지 않고 창구에 가서 이체를 했으면 직원이 알려줬을테고, 시간 만료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오늘 ATM에서 세상에 대해 한 가지 더 알게 되었고,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한번 더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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