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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Jun 08. 2018

모두를 위한 사회가 맞을까 (2)

이동권에 대하여

지난번 '깁스를 하고' 글에 쓴 내용을 친한 동료에게 말했더니, 비슷한 컨텐츠를 본 적이 있다며 링크를 건넸다.

'알트'라는 채널에서 무의와 함께 제작한 영상이다.

부산에 여행갔을 때, 영상에서 나오는 대로 범내골 근처에 숙소를 잡고, 태종대까지 놀러 간 적이 있다. 범내골 쪽에서 남포동까지 버스도 많고, 지하철도 잘 되어있고, 남포동에서 태종대 가는 버스 역시 많기 때문에 한번 환승해서 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 영상 댓글에는, 이런 글이 있다.

너무 아름답게 그리셨네요..ㅋ 태종대 전망대가는 장애인 중에 저상버스타고, 안겨서 순환차량 타고 가는 사람이.. 글쎄요.. 거의 없을 겁니다.. 태종대는 휠체어콜택시와  전동휠체어로 가는게 당연하고 다 그렇게 할껍니다.. 그 저상버스의 눈빛과 안기는 불편과 미안함을 겪느니.. 안가고 말죠..ㅋ 좋은 의도로 올리셨을텐데 죄송합니다. 1급지체장애 14년차입니다.




출퇴근길을 포함하여 주로 다니는 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흔한 서울의 도심 지역이라 대부분 평탄한 보도블럭이고, 슈퍼를 갈때만 좀 긴 계단을 지나야 하는 정도다. 걷는걸 워낙 좋아해서, 항상 불편함 없이 걸어 다녔다.


다리를 다치니 하나도 평탄하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아주 조금의 경사만 있어도 그게 느껴진다. 가는 길에 계단이 있다면 미리 계획해서 돌아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몇 칸 안되는 계단이 무섭게 느껴진다. 내가 아직 덜 내렸는데 버스가 출발할까봐.


돌아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버스를 타는 대부분의 중년, 노인 분들은 다치지 않았는데도, 마치 나처럼 중심을 잡기 힘들어하고 있더라.

버스를 내릴 때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내리더라.

꽤 높은 턱이 있는 횡단보도 끝자락에서, 마치 나처럼 올라가기 버거워 보였다.

퇴근 후에 무언가 할 기력이 남아있지도 않고, 좋은 영감을 얻을만한 워크샵이 있어도 차마 참석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발로 다닐 수 있고, 잠깐 다쳤을 뿐인 내가 이런데 휠체어를 타거나,  훨씬 불편할 것이다. 훨씬 많이 동선을 예상하고 계획해야 할 것이다.




길거리에 목발을 짚은 사람이 없는 것은 틈이 있는 보도블럭에, 좁은 보도, 모두가 바쁘게 걸어가는 도시의 인도, 그 사이를 해치고 걸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글이 있더라.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이 높지만 길거리에서 찾기 힘든 이유는 그만큼 장애인이 다니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 기자가 목발을 짚고 학교를 다닌 한달을 리뷰한 기사도 있다.

[학생기자 리포트] 목발 짚은 한 달…편의시설 부족해 등교 시간 3배 늘어

모두에게 이동권이 보장되려면, 그래서 누구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진짜로 모두를 위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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