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 Sep 03. 2018

내가 프로듀스48 이가은을 응원한 이유

원하던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져와도 본인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강한 끈기와 열정의 소유자이고, 아프고 날카로운 시선들이 쏟아져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 웃음을 널리널리 퍼뜨려 주변 사람까지도 웃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180816 1화 선공개 http://tv.naver.com/v/3416263?openType=nmp



배윤정 트레이너:  그동안 활동 안 하고 뭐 하고 지냈어요?
가은:  컴백을.. 컴백을 기다렸습니다. 계속 기다렸는데 되지가 않아서..


애프터스쿨 의 가희가 탈퇴하며 2012년에 새 멤버로 합류했다. 하지만 <Flashback>, <첫사랑> 두 개의 앨범을 마지막으로 애프터스쿨의 앨범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소속사는 조금만 투자해서 대박이 나기를 기원하고, 대박이 나지 않으면 방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여 아이오아이로 데뷔하고, 프리스틴으로 활동 중인 임나영이 같은 소속사 연습생 동기이다.


컴백을 기다렸다는 그 말을 하면서 좀 울어도 되는데 울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가은이는 항상.. 웃었다. 컴백을 기다린다는 말을 하면서도 웃으려고 노력했다. 울어도.. 되는데....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달리다가 결국 곪아 터지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게 되었던 내가 생각났다.




사실은 오랫동안 쉬면서 되게 밝게 지냈고 저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하나도 안 괜찮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가끔 올리는 사진 보면 지인들도 만나고 놀러도 다니고 그랬더라. 분명히 괜찮았을거다.

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장점을 생각하면서 참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힘들다는걸 깨닫지 못하게 하는 눈가리개였다. 하나도 안 괜찮았다.

안 괜찮다는걸 깨달은 후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이미 내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사실 프로듀스 101 시즌 1이 나왔을 때 저랑 연습 같이 했던 친구들도 나왔거든요.

만약에 혹시 내가 데뷔를 안했더라면 시즌1에 내가 나가서 잘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분명 데뷔를 했는데 왜 집에서 이걸 보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까.. (울어서) 죄송해요.


새로 시작하면 되지, 그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 것 뿐인데,




자신으로 인해 타인의 마음의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타인이 먼저 하기 어려운 일들을 나서서 해 타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람이고, 한없이 깊은 따뜻함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에 맞춰서 때로는 엄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에요.



2차, 3차 경연 두 번의 리더. 가은이는 멤버들이 모두 빛날 수 있게 이끌어주는 리더였다.

이번 시즌 방송의 순위는 유독 요동쳤다. 그래서 팀에는 가은이같은 사람들도 필요하다.

어른스럽다 정도를 넘어서서, 따뜻하고 세심하고 겸손한 사람.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에고가 되지 않도록 '우리 함께 하자'라고 말해 줄 사람.


방송 내내 데뷔권인 한 자리 수 등수였다. 이 각박한 사회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회에도,

그래도 여전히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는걸 왠만한 사람들이 공감하는구나, 싶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역시, 세상은, 이런 사람이 성공할만한 곳이 아닌가보다.





처음에는 I AM이라는 경연곡의 센터였다. 그러나 혼자 섹시하다는 트레이너/작곡진의 피드백을 받고, 먼저 말을 꺼내 센터를 다른 멤버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말괄량이의 귀여움"를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걸크러쉬, 파워, 안될 거라고 생각한 귀여운 컨셉까지.

무대 장악력, 춤, 노래, 외모 어느 것 하나 빠지는게 없는데 '스물 다섯살이나 됐다'는 이유로 영상 하나에 악플 수만 개가 달렸다. 고작 스물 다섯 살이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소를 찍고 악플을 남기러 왔다. 방송에서도 나이만 부각되었다.

여자에게는 가혹하게 엄격한 우리 사회를 보는 듯 했다. 나이가 조금만 많아도, 조금만 잘난 점이 있어도 그건 그저 욕을 할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남을 배려하고, 겸손을 잃지 않고, 본인의 슬프고 어려운 마음에 사로잡히기보다 주변 사람의 성공과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가은이가 웃는 모습은 정말 너무너무 예뻐서 보고 있으면 저도 어느새 같이 웃고 있게 돼요.


마지막 방송에서, 11위, 10위, 9위... 1위 후보까지. 데뷔할 연습생들 이름이 불리며 단상에 올라가기 전, 가장 많이 끌어안은 사람은 가은이였다. 이채연 연습생과 함께 12위 후보에 올랐다가 가은이는 떨어지고, 이채연 연습생이 합격하게 됐다. 그때 채연이가 가장 먼저 안은 사람도 가은이였다.

본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아도, 본인이 데뷔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웃었다. 주변 사람들을 격려했다.




가은이 덕분에 나를 발견했고, 나를 마주할 용기를 조금 얻었다.

나는 가수 이가은이 성공하길 바란다.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수고했어 이가은, 너의 꽃길은 이제 시작이야.



네모 상자 안의 글은 '이가은 갤러리'에서 퍼왔습니다. ㅇㅇ님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를 위한 사회가 맞을까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