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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Dec 06. 2018

믿고 따르고 싶은 글

책 <개인주의자 선언> 리뷰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봤다. 선의를 내버려두는 사회와 인간의 본성에 지친 내게 위로가 됐다. 여러 사회문제를 입체적으로 다뤄서 배울 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시각이 다 달랐고, 그래서 현실적이었다.이런 엄청난 드라마를 쓴 사람은 어떻게 일상을 살고, 어떻게 판사로서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판사 문유석의 일상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저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대학 초년생 때 자본주의의 모순과 한계, 대안 모색에 관한 급진적인 책들을 탐독하고, 졸업 무렵부터는 자본주의의 형성, 그 근본 철학, 수정자본주의로의 발전 과정을 공부했으니 어쩐지 거꾸로 된 일이다. 그건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체제이면서도 그 정치적 기본 토대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된 순서를 밟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독일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전근대성, 근대성, 탈근대성이 공존하던 1930년대 독일사회를 규정하기 위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특징이 같은 시대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내 대학 시절의 한국사회도 그랬다. 고도 성장기의 자본주의, 전체주의적인 군부독재, 전근대적인 가부장제 문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 이념인 20세기 초반의 러시아혁명 이론부터 20세기 후반 유럽의 후기 마르크스주의, 심지어 또다른 전체주의인 주체사상까지 혼재했던 것이다. 결핍되어 있던 것은 프랑스대혁명과 미국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그 토대인 합리적 개인주의였다. '근대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근대를 그냥 뛰어넘고 다음 시기로 갈 수는 없는 것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믿고 따를 만한 사회의 선배를 알고 싶다는 갈증이 조금 해소되었다.


불합리하고 비윤리적인 상황 앞에서, "사회생활, 조직생활이 다 그런거지", "이정도 힘 안들고 어떻게 돈을 버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아니다, 불합리함을 참고 견뎌서 (요즘말로 '존버'해서) 돈을 버는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해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버는거다.


전체주의적인 조직들이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100% 어둠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는 98% 정도의 회색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분의 글이 세상의 2%나 밝힌 것 같다. 


저자는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지내며,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책은 10페이지 이내의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에 따라 3개의 챕터로 구별된다.

모든 페이지에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내가 하고픈 말을 논리적으로 해주니 속이 시원하기도 했고, '사회에 이런 면이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아 멍하기도 했고, 그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달음도 많이 얻었다. 그래서 모든 페이지를 다 리뷰하고 싶으나, 감히 나의 부족한 언어로 이 책을 다 담을 수 없다.

자주 읽고 싶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로 살며 지칠 때, 내가 합리적 개인주의자답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 더 나은 세상이 올지 의문이 생길때 또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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