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방문을 예정했던 회사 앞에 약속 시간보다 삼십여분 일찍 도착하자, 동행했던 직원 한 명이 회사 근처를 차로 잠깐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서 찾아왔고 철강 기계제작소 등이 늘어선 공업단지인지라 특별한 기대 없이 오분쯤 해안가 쪽으로 나가보았다. 그런데 바다 위에 하얀 등대가 서있고 기둥에 삼포항이라고 쓰여 있는 게 보인다. 설마 우리가 알고 있는 삼포가 이곳이었나 싶어 지도를 찾아 확인해보니 틀림없다. 강은철의 노래 <삼포로 가는 길>에 언급되는 그 삼포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황석영이 1973년 발표한 소설 <삼포 가는 길>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영달, 정 씨, 백화)이 각자 고향을 향해 돌아가는 길에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았는데, 이 소설 속 '삼포'는 실제 지명과는 상관없이 작가가 지어낸 가공의 지역명이라 한다. 즉 소설 배경을 창원시의 삼포마을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작가는 목포를 염두에 두었고, 나무를 뜻하는 '목(木)' 자 세개를 조합한 한자어 '삼(森)'을 생각해내 삼포라는 지명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음악을 찾아 틀어놓고 낮으막한 목소리로 합창을 하며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회의를 잘 마치고 <삼포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줄곧 <삼포로 가는 길>을 묵묵히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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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구비 구비 산길 걷다 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 산마루 쉬어 가는 길손아 내 사연 전해 듣겠소 정든 고향 떠난 지 오래고 내 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