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개강식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시간에 문예대학(이하 문학교실)의 강의가 진행된다. 그런데 두 번째 강의가 있기 전날, 전담 강사이신 전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 수강생 중에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어떤 사안이 생기면 같이 의논할 수강생 대표와 총무, 두 사람이 필요한데 나에게 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혹시 자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맡기는 게 좋겠고, 없을 시에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번거롭게 여기는 일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어 결국 나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분이 임원으로 지명받았다. 화요일, 본격적인 문학 강의가 시작되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아버지‘, ‘어머니’, ‘영희야 놀자’와 같은 글을 쓰고 외우면서부터 이미 글쓰기의 기초를 다져왔다. 학창 시절 내내 수필이나 소설, 시, 기행문, 논설문 등을 읽으며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또 글을 통해 감동받았으며, 글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마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고, 짧은 기간이나마 그 부족함을 채우는 방법을 익혀 장차 글 근력을 키워보자고 생각하여 시작한 게 이 교실이다.
1. 글쓰기의 능력이란 무엇인가?
글쓰기 능력은 경쟁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학이나 입사 등 필요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역량을 알기 쉽기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어떤 목적에 따라 글을 쓸 때,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의 능력이 우수할수록 유리한 경우의 사례를 많이 열거할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씀으로써 정신적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글로써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글쓰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는가?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습관을 가지면 효과가 있다. 송나라의 문장가인 구양수의 3다(三多)를 보면, 먼저 다양한 서적의 다독, 즉 다문(多聞)하는 것으로 많이 보고 들을 것을 말한다. 두 번째로 다상량(多商量)은 글을 잘 짓는 비결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고, 셋째로 다작(多作)으로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을 권한다. 이러한 활동의 선순환이 좋은 글을 쓰는 글 근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글을 쓰는 것이 영상에 비하여 사물을 깊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
3. 글쓰기 준비 과정과 요구되는 것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만큼 준비도 잘해야 한다. 글을 쓰려면 평소의 관심 분야에 대하여 다각도로 조사하고 메모해 두면 편리하다. 유명한 작가들의 경우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모해 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자. 관심 분야의 자료수집도 역시 습관화가 필요하다. 통계자료, 명칼럼, 흥미 있는 기삿거리나 에피소드 등도 틈틈이 모아 두자. 통계 숫자를 활용하게 되면 어떤 주장하는 바가 훨씬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시테크의 습관화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자. 세월이 흐를수록 투자된 시간이 누적되어 언제가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아울러 필사를 하면 문체의 모방과 습득으로 글을 자세히 읽는 힘이 생긴다. 흔히 공산품들도 그렇지만 글도 모방에서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 글은 문장 형식과 정확성이 중요하며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도입부에서 몰입할 수 있다면 절반은 이미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종결 문장은 서두에서 제기한 내용과 일관되게 써야 한다. 초고의 글을 쓴 후에 중요한 것은 퇴고와 수정을 통한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일단 쓴 글을 완성하는 것은 ‘산고’와 같다고 비유한다. 작가들은 자신이 쓴 글을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것에 비유하여 분신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글을 덜어내고 틀을 바꾸거나 때로는 새로운 내용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로도 이해된다. 글은 장르에 따라 문체를 바꾸어 사용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예를 들어 수필과 논설문이 같은 문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글의 성격에 맞는 문체를 사용해야 어색하지 않은 글이 될 것이다. 나아가 독서와 토론은 글을 튼실하게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4. 글쓰기의 실제
어떠한 글이건 그 글쓴이의 빛깔과 목소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맛깔스러운 글을 누에고치 뽑아내듯 아름답게 지으려면 생활 속에서 시나 산문 등 글쓰기를 추천한다. 수필이나 논설문을 쓰는 것도 좋고, 일상의 생활공간을 떠나 낯선 장소를 방문하고 기행문을 쓰거나 칼럼, 시론 등을 써보는 것도 유익한 공부가 된다.
[ 추천도서 ] ※ 전담 강사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 구본준, 『한국의 글쟁이들』, 한겨레출판사, 2008. 한국 대표작가 18인의 집필 세계를 볼 수 있는데, 이주헌, 구본형, 정민 등이다. 구본준은 꿈, 밥, 일, 책 같은 한 글자짜리 단어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애디치미디어, 2014. 과거 8년간 두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경험했던 저자의 ‘말과 글’에 관한 이야기. 몸으로 체득한 글쓰기 비법 40가지 노하우 - 김병용, 『길 위의 풍경』, 엘로라도, 2009. 여행은 다양한 사물과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며, 익숙한 공간으로부터의 탈피이다. 섬진강에서 시작해 지리산, 금강으로 굽어지는 풍경을 해찰하며 기록한 여행기록서 - 곽재석,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2018.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볼만한 추천서이다. - 김승옥 외, 『무진기행』, (한국현대문학 100년, 단편소설 베스트 20) 가람기획, 1999 이 책은 평론가 53인이 가려 뽑은 단편소설 20편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인데, 확인해보니 절판되었는지 목차만 확인되는데, 작가별 작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할 듯하다. 참가자를 확인해보니 다음과 같다.
무진기행/ 김승옥, 삼포 가는 길/ 황석영, 날개/ 이상, 무녀도/ 김동리, 엄마의 말뚝/박완서, 눈길/ 이청준, 관촌수필/ 이문구, 뫼비우스의 띠/ 조세희, 금시조/ 이문열,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동백꽃/ 김유정, 파로호/ 오정희, 운수 좋은 날/ 현진건, 감자/ 김동인, 소나기/ 황순원, 아버지의 땅/ 임철우, 비 오는 날/ 손창섭, 강/ 서정인, 미망/ 김원일, 복덕방/ 이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