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말귀를 좀 알아들을 무렵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당신의 삶을 정리한다면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오죽하면 당신의 평생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아버지의 자서전을 써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쉬운 일인가? 그러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한동안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은 채 마치 내 마음속에 맷돌처럼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로, 첫째, 글쓰기는 정신을 치유하는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만약 아버지께서 글을 자유롭게 쓰고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셨더라면 자식을 낳아 기르고 인생을 살아가는 가는 동안 고비고비에서 어떤 일들과 연계되어느꼈을 미안함, 감사함, 기쁨, 아쉬움, 슬픔, 억울함 따위의 복잡한 감정, 혹은 응어리로부터 다소라도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둘째,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홍자성의 채근담(菜根譚)에 따르면, 성찰을 통하여 타인에게는 온화하나 자신에게는 추상(대인춘풍待人春風지기추상持己秋霜)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상호 간 소통력을 높여줄 수 있다. 타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면 보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은 곧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평범한 하루의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그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셋째, 인문적 사고가 확장되어 소확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또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소양을 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잡보장경》에 의하면,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다는 의미로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있다. 안시(眼施)는 따뜻한 눈길, 화안시(和顔施)는 환한 낯빛, 언시(言施)는 부드럽고 다정한 말, 신시(身施)는 몸으로 베풂, 심시(心施)는 마음을 열고 정성껏 대함, 좌시(座施)는 자리를 내어 줌이며, 찰시(察施)는 묻지 않아도 헤아려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지식의 공유를 통하여 후세인들은 선현의 지혜를 얻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좋은 글은 어떻게 쓸 것인가?
첫째, 글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몇 해 전 직원들과 산행하고 내려오는 길에 제법 넓은 공터가 나타나자 누군가가 옥룡사가 있던 절터라고 설명을 해준다. 광양시 옥룡면 소재 백계산 남쪽의 옥룡사 절터는 잡초만 무성한데 지금도 산자락을 따라 동백나무가 울창하다. 옛날부터 절터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곳은 의례 동백나무가 둘레에 심어져 있는 데, 목재를 주로 썼던 사찰에서는 산불 등 화마를 차단할 목적으로사철 푸른 동백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딘가를 여행할 경우 그곳에서 만나는 역사와 풍물 등을 알기 쉽기 설명해주는 안내자가 있다면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을 것 같은 돌기둥 하나 나무 한그루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스토리텔링이 탄탄한 글은 호흡이 긴 생명력을 지닌다. 둘째, 문장의 정확성을 기해야 하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정확성이 떨어지면 읽는 이의 관심도는 급락한다. 강의 중에 들은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보았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데,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문장은 논리적인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 있으나, 봄이 ~~’라고 해야 옳은 문장이 된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선사시대 유물은 원형대로 보전되어 있다.’ 유물이 관념적 형태인 경우에는 ‘보전(保全)’이 맞고, 유형을 가진 경우에는 ‘보존(保存)’으로 표기가 되어야 옳은 것이다. 위의 사례는 유형이므로 ‘보존’이 맞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을 가지고 가라.’ 문법적 직관력을 묻는 질문인데, ‘~~ 같으니, ~~’
‘할아버지께서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띄고 우리를 반겨주셨다.’ 맞춤법이 틀린 경우이다. '~~ 띠고 ~~'가 맞다.
요즘은 컴퓨터로 글을 작성할 경우 맞춤법을 수정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대부분 수정해주나 여전히 틀리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셋째, 문장의 구조는 호응이 이루어지도록 쓴다. 하나의 문장 안에서 주어, 부사, 목적어와 이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을 이루지 못하면 문장이 어색하고 의미 전달이 잘못될 수 있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나는 동생보다 나이도 많고 키가 더 크다. (주어) 나이=(서술어) 많고, (주어) 키=(서술어) 크다 부사와 서술어의 호응 틀림없이 꼭 ~~ 해야 한다. (강조) 설마 ~~ 일 리가 없다. (부정적 추측의 강조) 결코 ~~ 아니다. (부정 강조)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 낚시꾼이 붕어를 잡았다. 붕어가 낚시꾼에게 잡혔다.
[ 추천도서 ] ※ 전담 강사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 문순태, 『꿈』, 이룸, 2006. 정년퇴임 기념 산문집, 바쁜 일상 속의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시골 버스 정류장을 연상하며, 시골마을의 우물에서 만나던 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시대상을 그린다. - 박웅현,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4. 광고인 박웅현은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 읽기를 하되, 좋은 책이라면 여러 번 읽고, 감동을 준 문장에 밑줄 치기를 권한다. - 송준호, 『좋은 문장 나쁜 문장』, 살림, 2009. 키보드로 ‘짜장면’을 두드리면 붉은 밑줄이 그어진다. 표준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자장면’이라고 바꾸면 붉은 줄이 사라진다. 그러면 ‘짜장면’과 ‘자장면’ 중 어느 쪽이 더 맛있을까. 아마 ‘짜장면’ 일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중국집의 차림표에는 입맛 떨어지게 ‘자장면’이라고 적혀 있다.(본문 중에서) - 우한용 외, 『우정의 길, 예지의 창』, 푸른 사상, 2008. 중국, 이탈리아 등 해외여행 기행문으로 제1부 함께 살아온 날들, 2부 용의 나라 황금 궁전, 3부 제국을 향한 상상력, 4부 신화와 예술을 찾아, 5부 솔베이지 노래 속의 무지개를 실었다.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도서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2015. 멋진 문장을 구사한다고 해서 잘 쓰는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써야 잘 쓰는 것이다. (책 표지 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