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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Jul 17. 2020

04. 문학산책, 소설 따라가기


처음 강의에 출석했던 분 중에 누군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합류한 분이 있어서 인원은 여전히 스무 명이다. 로 참석하신 분의 첫인사 때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연세는 있으나 성격이 활달하고 지금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나누기 위하여 취업생 강좌나 각종 단체의 워크숍 등 외부출강으로 바쁘시다는 시니어 강사였다. 기회를 보아서 우리의 명물 수강생 문우들을 한 번쯤 소개하겠지만 개성 있고 기지가 넘치는 분들이 많아서 심심하지 않다. 문학교실 강의가 도서관의 사정으로 처음 2주간은 임시 공간을 사용하였으나 3주째부터 원래 계획대로 시립도서관 세미나실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교실의 강의는 차분하면서도 열성적인 강사님 덕분에 문학에 대하여 다소나마 이해해가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여기에 올리는 글은 청강한 내용을 토대로 본인이 나름의 방식으로 첨삭하며 정리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용상 혹시 오류가 생길 수도 있음을 두려워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 원래 학문(學文, discip­lines)이라는 폭넓은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학문의 발달과 더불어 자꾸 분화되 인문학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등과 구별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더 한정적으로 순수문­학만을 지칭하고 있다. 문학의 개념과 역사 등을 이야기하자면 범위가 너무 확장되므로 간단히 요약해 본다. 문학­(文學, literature)의 사전적 의미는 언어나 문자에 의한 예술작­품으로, 종류에 따라서 시와 소설, 수필, 일기, 희곡, 평론 등으로 분류한다.

그럼 문학장르 중에 우선 소설에 대하여 알아보. 소설도 그 내용이나 글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설의 접근방식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축약해 보려고 한다.

첫째, 소설이 허구적 서사물(fict­ion)로서 가공성, 개연성을 근거로 하는 경우이다. 

소설은 사실을 기반으로 쓴 수기와 다른 형태의 글이다. 소설에는 허구적 화자와 청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며 이 점은 희곡도 마찬가지이다. 시나 과학 관련 주제를 다루는 글은 소설이나 희곡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약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김진명이 1993년 쓴 소설로 미국에서 핵물­리학 분야의 연구활동을 하던 실존인물인 이휘소 박사의 죽음을 소설의 모티­브로 삼은 글이다. 한국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음모론과 남북한이 힘을 합쳐 핵무기를 개발하여 일본에 대응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또 양귀자의 여로형 소설 『숨은 꽃』은 화자(나)가 귀신사를 다녀오며 이전에 체험한 것들을 연상하며 지은 자전적 소설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방황하던 작가가 어느 가을날에 조용한 귀신사를 찾아가지만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공사 중인 어수선한 풍경이다. 마침 섬에서 교사 시절 알게 된 김종구라는 학부형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 그의 집에 초대된다. 그리고 귀가하는 기차 안에서 김종구 아내가 단소 연주하던 모습과 김종구가 들려준 세상사는 얘기를 떠올리며 작가는 거인의 초상과 숨은 꽃의 꽃말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둘째, 일상을 기반으로 쓴 소설이다.

이승우의 『해는 어떻게 뜨는가』는 주술사를 앞세운 우화적인 작품이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망구스족에게 해가 뜨지 않아 재앙이 닥칠 거라며 불안­감을 조장하는 주술사가 나타났다. 주술사가 주문으로 해를 불러내는 모습을 보고 마을 장로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살해된다. 어느 해 여름날 오랫동안 폭우가 내리자 왕이 된 주술사는 부정한 자를 추려내는 제비뽑기를 제안하여 희생 제물로 삼는다. 하지만 희생자가 늘어나도 해가 뜨지 않다. 이에 장로 친구의 제안으로 여기에 참여한 주술사 제비뽑기에 걸린다. 결국 왕과 추종자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죽은 장로의 친구를 왕으로 세운­다. 이후 마을은 일출과 상관없이 평화로운 시대가 도래하였다.


윤흥길의 『장마』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소년 동만의 집에 동만의 외할머니가 피난을 와 머물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서 전사한 아들을 생각하며 빨치산을 저주하는 외할머니와 빨치산 아들을 둔 할머니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서 갈등을 겪는다. 어느 날 친할머니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곧 돌아올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던 날, 아들 대신 나타난 구렁이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마치 죽은 아들이 돌아온 것으로 생각한 듯 친할머니는 그대로 실신해버린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외할머­니가 감나무를 칭칭 감고 있던 구렁이를 잘 달래어 대나무밭으로 보낸다. 정신을 차린 후 이 일을 알게 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서로 화해를 하며, 친할머니는 일주일 후 세상을 떠나고 긴 장마도 그친다.

 『황소들』에서 황순원은 시기적으로 해방 직후 욕심 많은 주 등의 세력에 맞선 농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황소는 우직한 농민을 의미하는데, 소설을 통하여 삶의 보편적 진리를 연계시켜 놓은 것이다.

셋째, 삶의 현실적인 모습을 재현하 선택된 경험 등을 표현하는 경우이다.

송하준의 『청량리역』은 장소에서 암시하듯 다양한 사람들의 이동으로 혼잡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며 공통 주제­어는 배신이다. 경찰관의 이야기와 군에서 휴가 나 여인의 아들 이야기, 노파의 유기와 죽음을 처리하는 문제들을 그리고 있다. 

 『너무도 쓸쓸한 당신』박완서가 쓴 노년 소설로 부부가 함께했던 오랜 시간­들을 바탕으로 때로는 분노와 연민, 적의마저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시간의 더께 위에서 함께 늙어가는 동안 비굴해 보이는, 인간으로 경멸의 대상이던 남편에 대하여 관용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70년대 한국경제가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발생한 빈곤과 사회환경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소설이다. 도시의 재개발로 밀려난 서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두 아들과 막내딸의 시점에서 자신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예전에 교과서에 실린 난쏘공을 읽었다가 원본을 읽고 내용이 너무 찐해서 당황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소설은 원고의 분량에 따라 콩트, 단편, 중편, 장편소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200자 원고지를 기준으로  콩트­(장편掌篇)는 10~20장, 단편 소­설은 20~70장, 중편소설 500장 안팎, 장편(長篇) 소설은 700장 이상으로 분류한다. 


소설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어느 날 한 사람이 헤밍웨이에게 말했­다.
“당신이 정말 훌륭한 소설가라면 적은 단어로 사람들을 울릴 수 있어야 하오.”
그리곤 한 가지 내기를 제안했다. “만약 열 단어 내외를 가지고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면 당신이 이기는 거요. 내기를 하겠소?”
헤밍웨이는 흔쾌히 내기를 수락했고 단 여섯 단어만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

이 글의 의미는 아기가 생겨 미리 신발을 준비했지만, 아기의 사망이나 입양 등 모종의 비극적인 사유로 아기가 신발을 못 신게 됐고, 돈이 없어 그마저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출처 : 나무 위키>

[ 추천도서 ]

​※ 전담 강사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

- 유흥준, 『나의 문학 답사기』, 1, 2, 창작과 비평사, 2000.

고은 시인 추천평 “유홍준의 눈빛이 닿자마자 그 사물은 문화의 총체로 활짝 꽃 피운다. 마침내 다른 사람과 유홍준은 하나가 되어 이 강산 방방곡­곡을 축복의 미학으로 채우고 있다. 무릇 벗들이여, 이 책과 더불어 순례하라, 찬탄하라.”

- 임재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북코리아, 2006.

이공계 글쓰기의 포인트는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쓸 것과 실제 보고서에 쓰이는 문장을 예로 들어 올바른 글쓰기를 제시

- 공지영 외,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인문학자 10명이 푼 유쾌한 과학이야기』, 한겨레, 2006.

이 책은 과학분야와 인문학자들이 서로 다른 분야와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뇌, 나노, 반도체, 창조, 유전자 등의 테마로 김용석, 김기봉, 성태용, 이거룡, 정재서, 김어준, 조광제, 공지영, 이진경, 유홍준 등이 참여함

- 김 훈, 『내가 읽은 책과 세상』, 푸른 숲, 1995.

1부 ‘시로 엮는 가을’에서 서해, 동해, 을숙도, 김제 만경평야, 2부 ‘여름과 시’에서 새, 섬, 바다, 산, 강, 풀잎을 노래하고, 3부 ‘시집 기행’은 80년대 젊은 시인의 시와 시집의 단평을 실음.

- 전흥남, 『책이 전하는 말』, 국학자료원, 2015.

저자가 쓴 ‘행복한 책 읽기’ 칼럼들을 모아 발행한 산문집이며 책을 통한 소통을 시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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