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추진하다 (1)
- 식품산업에서 미래를 찾는 프로젝트
현재의 직장에서 제일 먼저 맡은 업무는 입주 기업 유치를 위하여 신용도 평가를 하는 심사분석이었다. 새로운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그곳에 입주하겠다는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을 파악하고, 산업단지마다 정해진 입주 업종 코드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사전에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2020년 현재는 산단에 따라 이미 조성이 완료되어 분양까지 거의 끝난 단지가 있는가 하면,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곳들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업이 입주를 원해도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라서 당장 분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현재 광양항은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16개 선석에 달하여 물동량 처리 능력이 연간 500만 TEU 이상으로 국내 두 번째 규모이다. 그러나 당시 5만 톤급 컨테이너 전용 부두가 4 선석이 운영 중이었고 추가로 4 선석을 조성하고 있었다. 공유수면을 매립하여 부두로 만들기 위해서 안벽을 건설하고 바다에서 준설토를 퍼 올리는 것이었다. 동시에 항로에 필요한 수심 17~20m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 결과 매립되고 있는 공간이 마치 모내기를 위하여 논에 물을 가두어 놓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광양항뿐 아니라 율촌 1 산단 260만 평의 조성사업도 몇 년째 계속 진행형이었다. 입주는 고사하고 매립지의 연약지반을 강화하기 위한 공사가 선행되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사분석 업무보다는 기업유치 지원을 위한 업무를 찾아 나서야 했다. 내부적으로 조기에 공장부지를 공급하여 기업 입주를 촉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물론 사업 초기부터 항만이나 산업단지 개발은 물론, 관광단지 조성으로 새로 유입될 인구를 수용할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중에서 농수산물을 가공하여 수출하는 식품산업 전용단지 조성 프로젝트의 추진이 적극 검토되었다. 이 사업은 복합물류단지로 지정된 부지를 빠른 시일에 개발하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수산물을 가공, 수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데에 착안하였던 것이다. 또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식품산업에 유력한 금융 네트워크를 가진 네덜란드 R뱅크와 국내 D건설의 개발사업 참여였다.
그런데 초기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부서 직원들이 불과 일 년 사이에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나가는 바람에 누군가가 이 업무를 맡아서 계속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업무가 기대에 부응하여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는 터라 모두 담당하기를 꺼려했다. 무엇보다도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개발부서에서 추진함이 옳았다. 각종 인허가 문제가 그러했고, R뱅크와 협업을 하더라도 국내외 타깃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가 계획처럼 원활할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몇 차례나 사양을 거듭하다가 인사이동과 함께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업무를 떠안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프로젝트 추진을 맡게 되어 우선 현황을 파악하며, 이후 3년 가까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이 프로젝트는 OO시 xx번지 일대에 식품산업 전용단지 조성과 입주기업 유치 기간을 포함하여 2005년 8월부터 6년간 진행하며, 사업규모는 95만㎡(약 28만 평)의 부지로 조성 사업비는 1,500억 원 정도로 추정했다. 유치하려는 업종은 다국적 농수산물 가공․유통기업 및 지원시설 등으로 농수축산물 저장, 가공, 해체, 포장, 유통, 경매, 전시장 기능 등이었다. 말하자면 식품가공은 물론 포장지 생산, 배송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한 곳에 클러스터화하는 장대한 계획이었다. 특히 4억 5천만 불의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 목표가 최대 현안이었다.
추진 방향은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여 경쟁력 있는 식품 산업 전용단지를 건설하여 항만 물동량과 고용창출을 한다는 목표로 그동안 네덜란드 R뱅크에 협력을 제안하여 식품산업 전용단지 조성 협정서(MOU)와 전략적 자문계약을 체결하였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신청 및 승인은 물론 전용단지 조성 기본설계는 국내 D건설에서 담당하여 완료된 상태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챙겨보니 부지조성을 위한 SPC 구성 추진 등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고, 동시에 다국적 기업으로 농수산물을 가공하거나 유통할 기업유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였다. SPC 구성에는 D건설, 시, 도 등의 참여가 명문화되어 있었다. SPC 설립 관련 각종 법규․제도 및 사례분석과 행정지원은 물론 실시계획 수립 및 환경영향평가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업무를 파악하며 <21세기 동북아 식품산업을 선도하자>는 도발적인 목표를 걸고 사례 조사와 추진 방향에 대하여 관계자들 간에 업무 연찬을 계속하였다. 홍보를 위하여 식품산업 거점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로테르담의 Fruitport를 좋은 예로 들었다. 권역 내에 조성하는 식품산업 전용단지는 시장기능을 통합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식품산업과 관련된 가공, 생산업체는 물론 전시, 저장, 유통 및 R&D 등 서비스 산업들을 유치하여 시장 체계를 구축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하였다. 그리고 입주업체들 간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협력은 효율성을 향상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통하여 처리, 가공, 공급의 속도를 높여줄 것이며, 품질관리 및 표준화가 용이하여 제품의 투명성 역시 개선될 것으로 설명하였다. 이렇게 특화된 식품산업 전용단지는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여 동북아 식품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홍보물을 직접 제작, 기업 등에 배포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