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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Aug 09. 2020

08. 좋은 수필은 곶감과 같다 ​ ​


수필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수필의 특징은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 안에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있다.”(표준국어대사전)

수필의 어원은 중국 남송 시대의 홍매(洪邁)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집대성한 ≪용재수필(容齋隨筆)≫ 에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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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수필(輕隨筆):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소재로 가볍게 쓴 수필. 감성적, 주관적, 개인적, 정서적 특성을 지닌 신변잡기와 같은 가벼운 내용이다.

- 중수필(重隨筆):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수필로 비개성적인 것으로 비평적 수필ㆍ과학적 수필 등이 있다.


수필의 성격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조연현은 수필에 대하여 다음과 견해를 가졌다. 수필이란 형식이 자유롭고, 자기 고백적인 진솔한 내용이다. 또 비전문적 문학으로 시험적인 문장이 용납되기도 한다. 문학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제의 유동성에 있어서 폭넓은 소재를 다루어 이야깃거리가 다양하다.
윤재천 작가는 좋은 수필이란 자신만의 철학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독자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문장이 맛깔나지만 난삽하지 않아야 하고, 함축미가 있으면 좋은 글이라 하였다.
고동주는 수필은 읽기 쉬워야 하고 간결하고 짧은 것이 좋은데, 한 문장의 길이가 50자 이내가 좋은 글이라고 했다. 독특한 소재나 단어를 활용하여 강한 인상을 주면서도 품격이 넘치는 문장이어야 하며 진솔한 내용을 좋은 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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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 대한 오해
흔히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김광섭의  <수필문학 소고>에서 ‘수필이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써지는 글일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학보다 더 개성적이며 심경적이며 경험적이다.’라는 글에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필은 그 안에 함축적이고 집약적 개념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논리적인 요소와 예술성, 철학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재미와 위트적 요소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윤오영는 소설을 밤(栗), 시를 복숭아(桃), 수필은 곶감(乾柿)에 비유하였다.
밤나무에는 못 먹는 쭉정이가 열려도 밤나무라고 하지 쭉정나무라 하지는 않는다. 복숭아에는 못 먹는 뙈기 복숭아가 열려도 역시 복숭아나무라 하고 뙈기나무라고는 하지 않는다. 즉 소설이나 시는 잘 못 되어도 그 형태로 보아 소설이요, 시라고 한다. 그러나 수필은 그렇지 않다. 수필이 잘 되면 문학이고 잘못되면 잡문일 따름이다. 감이 곧 곶감이 아니듯이 가을에 잘 익은 감의 껍질을 벗기고 여러 번의 손질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그 속에 있던 당분이 겉으로 나타나 하얀 시설(柹雪)이 앉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곶감이 되듯 수필도 일정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곶감과 같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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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잘 쓰기
글쓰기 잘하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장석주 시인이 수년 전 모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그는 저서가 80권이 넘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저변에는 연간 1,000권 정도의 책을 사들이고 읽는 독서편력의 소유자, 독서광이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습작도 중요한 요소이다. 문장의 연마와 구성, 주제의 참신함이나 글감, 서두, 맺음말, 퇴고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상량(多商量) 즉 상상력을 펼쳐 나아간다. 수필을 가슴으로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해야 할 수필로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글로 표현이 졸렬한 경우이다. 너무 교훈적이면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글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리고 개성이 없는 데다 어휘가 잘못 사용된 글들은 독자의 호감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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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수필


- 법정스님 수필, 『아름다운 마무리』
책 내용은 오십여 편의 글이 짧고 간결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 일부만 발취해본다. ‘과속 문화에서 벗어나기’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는 벌써 서 있고, 서 있을 때는 벌써 걸어갑니다. 걸어갈 때는 이미 목적지에 가 있고요. ‘자신의 그릇만큼’에서,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수 있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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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순태 산문집, 『꿈』
저자는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 생명에 대한 존엄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시간이 흘러도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살며 느끼며’에 오래된 만년필, 꽃꿈, 희망, 똑같아지는 인생, ‘아름다운 기억의 시간들’에는 복사꽃 필 때 똥을 푸다, 고무줄 새총과 참새 사냥, 모래로 양치질하다, ‘세상 밖으로 난 창’에서는 기자의 피, 부끄러운 봄, 월드컵과 정치 ‘나의 삶, 나의 문학’에서는 작가는 정년이 없다, 나는 왜 소설가인가 등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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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 엽편(葉片)소설 ,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그는 ‘몰두’라는 주제에 특히 천착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쉬어야만 하는 이유> 중에서 일부를 옮겨본다. '정상집단의 평범한 일벌이 일생의 3분의 2를 쉬는 이유도 수벌과 비슷해. 남은 3분의 1의 수명 동안 성실하고 꼼꼼하게 다방면의 일을 하기 위해서 잠재 능력을 비축하는 거라고 보면 된대. 급격한 환경의 변화나 포식자의 공격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잠재능력을 끌어와 쓸 수도 있는 거지.... 어쩌면 쉬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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