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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Aug 10. 2020

09. 나무숨 공방에서 차 한잔

- 목공예 카페에서 강의 듣던 날

 
  당나라 중기에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이응(李凝)의 유거(­幽居)에 제(題)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을 두드릴까(敲) 밀까(推)를 놓고 수없이 고민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 퇴고(敲推)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아직까지 ‘코­로나 19’로부터 청정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시민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광주시에서 6월 말에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 1일 하루에만 12명의 지역 감염자 나타나 누적 19명에 이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마침 문학교실에서 7월 첫 주 토요일에 목포로 문학기­행을 떠나려고 전세버스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목포와 광주 간에는 출퇴근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 문학기행을 갈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하여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도내에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들이 폐쇄되었다. 물론 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문우들 및 전담 강사님과 상의하여 8월중으로 예정된 2주간의 방학을 앞당겨서 하기로 했다. 전반기의 종강은 시내의 목공예 공방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열감지기를 준비하여 입장하기 전에 참석자 전원의 체온을 쟀다. 임시강의실은 목공예를 하는 공간인지라 편백의 은은함으로 기분이 참 좋았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차 한잔의 여유를 부리며 담소를 나누었다. 강의 내용은 수필의 소재와 주제 등이었고 이날도 참석자들은 색다른 공간에서 문학적 열의를 여지없이 불태­웠다.


수필의 소재와 주제
수필의 소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모두 소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심리상태나 자연현상,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좋은 글감이 된다.
글을 쓰는 데는 두 가지의 접근법이 있다. 첫째는 전달할 의도를 먼저 정하고 사례를 제시하는 방법인 연역적 접근방식이다. 논설문 등 작가가 주장하는 바를 두괄식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삼단논법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이와 반대의 개념이 귀납적 방법이다. 문예문에 가까운 글이나 과학적 실험 등 반복적 결과를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를 정리할 때 도입되는 미괄식 문장이 주로 이에 속한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이 글을 쓴 필자의 의도와 달리 해석될 수가 있다. 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다고 해도 독자들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미국 신비평­가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필자의도하는 바 그 글의 의도라고 말하는 것을 <의도의 오류>라고 한다. 그러므로 완성된 작품은 필자의 의도보다 작품 자체로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수필에서 고려되는 사항
첫째, 필자의 언어 환경에 따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들끼리는 서로 정서가 통하므로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언어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외국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영어 번역에 있어서 영미권 사람들의 감수성에 맞게 의역이 잘 되어 수상을 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번역상 오역도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아무튼 언어적 한계를 넘어서 문학적 이해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상정한 독자에 의하여 결정되는 문제들로 독자층이 아동이나 성인 혹은 지식인에 따라 글을 쓰는 내용이나 문체가 달라진다. 셋째로 소재나 주제에 맞추어서 글 쓰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글 쓰는 작가의 개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문체가 있다.

수필의 종류와 범위
수필의 종류에는 생활 수필을 비롯하여 시적, 논술적, 철학적 수필은 물론 소설적(김동인 『수정 비둘기』, 이상 『봉별기』)이거나 과학적 수필(프로­이드 『꿈의 해석』) 등 다양하다.
아울러 수필은 단순한 일상적 활동에서 비롯된 사실의 기록이면서 그 범위를 확대할 경우, 서사(敍事)와 담론(­談論)도 포함할 수 있다.
서사는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을 말하며 인간 행위와 관련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언어적 재현 양식이다. 문학 외에도 신문­기사나 취재 일지, 역사적 기록물, 의사들이 쓴 환자의 병상 기록, 예술­가의 공연 일지도 넓은 의미에서 서사에 속한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참고)
담론은 일반적인 한 마디의 말보다 큰 일련의 말들을 가리키고, 글로서 한 문장보다 큰 일련의 문장들을 말한다. 포괄적인 의미의 담론은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와 이로 인해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들을 말한다. (문학비평용어­사전 참고)

수필 쓰기
나무를 관리함에 있어서 열매가 충실해지고 미관에도 좋게 하려면 이를 위하여 전정이나 전지를 잘해야 한다. 수필도 이와 마찬가지로 내용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하게 삭제한다.
시간이나 공간에 따른 연결은 물론이고, 논리에 따라서 전후 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훌륭한 글이 될 수 있다. 또 은유, 역설, 반어, 과장, 반복, 점층과 같은 기법을 문장에 적용함으로써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서두와 맺음말의 강조에 따라 글을 읽을 때 흡인­력이 달라진다. 수필은 어떤 사물을 설명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논증이나 설득을 위하여 비교, 대조,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인용한다. 수필에서 사물을 묘사함에 있어 기술적, 암시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퇴고(推敲)와 수정의 중요성

한거소린병(閑居少隣竝)
한가로이 혼자 머무니 함께하는 이웃도 드물고
초경입황원(草徑入荒園)
풀이 우거진 마당은 숲 속 오솔길로 이어지네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는 연못가 나무 위에서 잠들어 있고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스님은 달 아래 고요히 문을 두드리는구나


 시는 당나라 중기 ‘가도(賈島)­’라는 시인이 「이응(李凝)의 유거(­幽居)에 제(題)함」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4행에서 문을 두드릴까(敲) 밀까(推)를 놓고 수없이 고민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 퇴고(敲推)이다.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퇴고와 수정을 반복하다 보면 확실히 더 다듬­어진다. 표현도 보다 자연스러워짐을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미 발행한 글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오탈자가 있고, 문장이 어색한 경우가 보인다. 내용이 처음 쓸 때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브런치에 발행한 글도 퇴고를 계속한다. 초기에 올렸던 글을 통째로 내렸다가 다시 발행한 적도 있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을 한 구절의 아름다운 문장을 찾기 위하여 이러한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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