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운명공동체로 만났다. 탯줄이 잘리고 폐호흡을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한 몸처럼 붙어 다녔지. 학교에 가거나 친구 집에 갈 때 은밀한 나의 침실조차도 손 기척도 없이 따라 들어와 나란히 누어 천장을 쳐다보곤 하지. 시간이 익어감에 따라 성장하며 덜 서두르게 되었고 가끔 사색에 빠지기도 하였지. 예전에는 바람처럼 달리기를 좋아했지만 이제 천천히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비행기로 바다를 건너가던 날 너도 첫 비행에 성공하였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를 맞을 때 조용히 미소 지으며 함께 즐거워하였다. 갓 태어난 아들이 며칠 동안 지냈던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으로 온 날은 하루 종일 솜처럼 가벼운 마음이 붕붕 떠다녔다. 곁에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고 살지만 하나처럼 보내는 시간 속에 아이들은 제짝 찾을 때가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침잠해진 마음 되어 긴 한숨처럼 저만큼 길게 늘어져 서로를 지켜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 내 그림자야 내일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으니 차 마시는 시간만큼 속도를 줄이고 사색의 시간도 초대하여 싸목싸목 걷는 길에서 같이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