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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Jan 04. 2022

구시포에서

구시포에서


고드름 같은 콧물 훌쩍이던

깨복쟁이 친구들과 회포 푸는 날

바닷가 눈발 거려 눈인지 새치인지

잔주름 위에 달라붙는 찬바람을 털다가

속절없이 가슴만 먹먹해졌습니다


산너머 소 팔러 가서

감감무소식인 성질 급한 놈,

노도 같은 세월 잘 올라탄 부동산 갑부 놈,

파뿌리 언약의 끈을 놓은 놈도 있습니다


철없는 사내도 이순에 이르면

달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름처럼 인성이 보이고

강물양 인생역정도 드러납니다.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것들과  

멀리 가지고 갈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

그냥저냥 깨우쳐집니다


아무리  방정을 떠는 놈도

어깨동무하고 가야 할 시간이 있기에

따뜻하게 등을 두드리며

조용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리움이 되어버린 부모님과

손주 얻은 기쁨으로 이야기 꽃 피우는

그즈음 사내들이 궁금하여

구시포 바닷물이 쏴쏴

모래톱에 올라오는 밤이었습니다.




※구시포(仇時浦)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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