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포에서
고드름 같은 콧물 훌쩍이던
깨복쟁이 친구들과 회포 푸는 날
바닷가에 눈발 희끗거려 눈인지 새치인지
잔주름 위에 달라붙는 찬바람을 털다가
속절없이 가슴만 먹먹해졌습니다
산너머 소 팔러 가서
감감무소식인 성질 급한 놈,
노도 같은 세월 잘 올라탄 부동산 갑부 놈,
파뿌리 언약의 끈을 놓은 놈도 있습니다
철없는 사내도 이순에 이르면
달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름처럼 인성이 보이고
강물인양 인생역정도 드러납니다.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것들과
멀리 가지고 갈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
그냥저냥 깨우쳐집니다
아무리 깨 방정을 떠는 놈도
어깨동무하고 가야 할 시간이 있기에
따뜻하게 등을 두드리며
조용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리움이 되어버린 부모님과
손주 얻은 기쁨으로 이야기 꽃 피우는
그즈음 사내들이 궁금하여
구시포 바닷물이 쏴쏴
모래톱에 올라오는 밤이었습니다.
※구시포(仇時浦)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