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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Nov 15. 2019

브런치 작가 등단, 그 후 3개월

ㅡ브런치 사용설명서



누군가가 소개해 준 것은 아니었지만  3개월 전 우연히 '브런치'를 만났다. 온라인을 통하여 작가 지망생들에게 글 쓰는 즐거움을 주고, 운이 좋으면 출판도 꿈꿀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의 일처럼 생각되었지만 어쨌거나 가능성만으로도 상당히 신선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나의 경우 한동안 페북이나 카스에 일상생활 속에서 찍은 사진과 그때그때 느낀 소감 따위를 간단히 곁들여 올리곤 했는데, 이것은 동떨어진 공간에서 단편적이긴 해도 지인들과 상호 공감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렇듯 평소 내가 올린 글을 보고 공감해주던 한 친구가 지난해 생일날에 내가 쓴 글과 사진을 모아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컬러본 책을 발행하여 보내왔다. 글재주도 별로 없는데 생각지도 않은 기념비적 선물이 정말 고마웠다. 친구에게 너무 감동하여 나 역시 소소한 선물이나마 답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사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의 관심사나 생각들을 담은 글쓰기



자신의 관심사나 생각들을 담은 책을 갖는다는 것, 당연히 내용이 충실할수록 그 의미와 즐거움은 배가 되겠지만, 그럴만한 기회나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브런치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부여하는 듯하였다.



여기에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당장은 아니라도 슬슬 현업에서 물러날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나는 무엇을 쫓아 살아왔는지 자문하고 있는 자신에게 답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인생 3막을 설계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주변으로부터 질문 확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스스로에 대한 반추와 앞으로의 삶에 대한 방향 찾기와 같은 놀이 도구이자, 사색의 시간이라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꽤 거창한 목표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즐거운 삶을 계획하는 그럴듯한 목표나 동기부여가 나에게 필요했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접해왔던 매체들과는 달리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면 작가 등단을 위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대략 난감...



한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써야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우선 막연했다. 그러면서도 거꾸로 내가 작가 지망생의 글을 읽고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고려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이 내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를 해보았다.  


첫째, 일상적이든 전문가적 접근이든 어떤 이슈나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둘째, 다수가 공감하고 관심을 끌만한 소재일 것이고

셋째, 글이라는 게 물 흐르는 듯 쉽게 쓰일수록 읽는 사람도 편하게 읽는다는 것

넷째, 글을 쓸 때 주제(테마)가 분명하면 시리즈나 단편 소재로 연계고리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용이할 것이라는 점

다섯째, 카테고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화된 분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보다 같은 소재라고 해도 대중적 공감대를 얻기 쉬운 접근법필요것이라는 점들을 유추해 보았다.




이러한 결과는 출판사가 글을 묶어 세상에 책으로 내놓았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척도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브런치에 올려진 글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대중과 마주하기를 희망하리라는 전제가 깔린다면 그럴 거라고 생각해보았다.



그리하여 내가 즐겨 써보았던 시詩와 에세이 형태의 두 개 틀로 서너 편의 글을 심사석에 올려놓았다. 첫 시험을 치르는 기분으로 은근히 긴장된 시간들이 사오일쯤 지났을 무렵, 브런치 작가 등단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단박에 고난도 시험을 통과하여, '나는 억수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자축하면서 첫 작품 들을 브런치에서 발행하였다.


손선심 '여유로움'


현재 나는 세 개의 큰 틀로 구성된 글을 틈틈이 올리고 있다. 각각의 틀에 들어갈 소재들에 대해서도 20여 개 정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 물론 생각이 바뀌면 소재나 내용을 바꾸어 가면서 글쓰기는 계속할 것이다. 다만,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바가 쉽게 슬슬 써지는 않는다. 그래도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거니 위로하면서 계속해 볼 작정이다.



혹시 좋은 운이 연장되어 은퇴 무렵에 내가 쓴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있다면 너무 멋진 선물이 되리라 살짝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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