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기구와 꽃 # 알라딘
#배기구와 꽃
얼마 전 이웃집 차 배기구를 휴지와 테이프 등으로 틀어막아 고장 낸 한 남자의 기사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어릴 적 우리 집은 5층짜리 아파트였는데 마땅한 놀이터나 놀 곳이 그리 많지 않아 나와 친구들은 아파트 내 주차 단지를 운동장 삼아 뛰어다니곤 했다.
지하주차장이 없으니 아파트 단지는 자동차들로 꽉 차 있었고 엄마와 아빠는 주차를 할 때면 같은 곳을 여러 번 뺑뺑 돌곤 했으며, 다음엔 꼭 주차장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자며 볼멘소리로 읊조리곤 하셨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알록달록한 자동차들로 가득 찬 주차 단지가 놀이터였으며 초등학교 하굣길에 황금마티즈를 3대 연속 마주칠 때면 무릎을 탁! 치면서 "황금마티~즈"를 외치고 소원을 빌곤 했다.
한 번은 자동차의 배기구를 보면서 저기서 꽃이 나온다며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아스팔트 사이의 조무래기 풀잎들을 꺾어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자동차들의 배기구에 몰래 넣어두었다. 차 주인이 보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혹시라도 본다며 띌 웃음 가득 미소를 상상하면서. 그리고 도로는 알록달록 자동차만큼이나 형형색색 꽃들로 물들겠지.
# 알라딘
어릴 적 우리 집엔 디즈니 동화 전집이 있었는데 그중 알라딘을 읽으면 항상 하는 생각이 있었다. 지니는 딱 세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내가 지니의 램프를 열었다면 꼭 이 소원을 빌 거야. 내 소원은 내 소원을 무한개로 들어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병맛인 데다가 만약에 알라딘이 진짜 저 소원을 빌었다면 현재의 명작은 탄생하지 않았겠지만, 그땐 그랬다. 책을 읽어도 내 마음대로 상상했다. 책을 참 재밌게 읽었던 어릴 때의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