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룸메이트 동생이 오늘 떠났다. 새벽 5시 30분에 나갔던 터라 배웅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눈도 잘 못 뜬 채 잘 가 하며 안아주었다. 동생은 자기만 한 캐리어를 끌고 문을 나섰다. 문이 닫혔다. 나는 아직 잠이 왔지만 이상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적이 흘렀다. 창 밖으로는 푸르스름한 새벽이 올라오는데 그 새파란 상해의 새벽은 갑자기 너무나도 쓸쓸했던 것 같다.
룸메 동생은 상해에서 새로 만난 5명의 친구 중 마지막으로 귀국하는 멤버였다. 동생이 떠나기 전날 2명이, 그 전날 1명이 떠났다. 분명히 한국으로 돌아간 건데, 내게선 떠났다.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었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외로워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적막이었다.
24살, 졸업을 앞두고 한 달간 중국에 왔다. 곧 졸업임에도 아무 생각, 목표, 꿈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왔다. 중국에. 여기에 오면 자취방에 혼자 머물었던 생각들이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어서.
명목은 단기 인턴십이었다. 모르겠다. 사실 인턴보다는 마지막 졸업 전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내 자신에게 그런 경험을 주고 싶기도 했다. 나는 나와 같은 다른 인턴생 3명과 중국 상해로 날아왔다. 그중 한 명은 중국인 여자친구가 있던 탓에 우리와 거의 함께하지 못했다.
역시 오니까 사람들이 많다. 괴로웠던 생각들(아무 생각이 없다는 생각)이 잊혀질 정도로. 나는 2인실을 썼다. 내 룸메이트는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새파란 20살이었다. 3주간 단기 어학연수를 온 친구였는데 곧 이 대학에 입학할 할 거라고 했다.
모두 언급할 순 없지만 룸메 동생 말고도 몇몇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렇게 모이다 보니 7명이 모였다. 3주 동안 바빴지만 재미있게 지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모두 돌아갔다.
일을 마치고 왔는데 기숙사에 아무도 없다.
4년 동안 부산에서 자취를 하며 혼자 지냈지만 괜찮았다. 가끔 친구들과 내 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갔을 때 이따금 심심한 쓸쓸함이 찾아오곤 했지만 내 방에는 컴퓨터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노래도 들을 수 있었고 무언가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여기는 없다. 인터넷도 제대로 되질 않는다. 진짜 텅 빈 방 안에서 나도 텅 비는 것 같은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느낌을 이전에도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 분명 20살도 되었고 대학 갈 생각에 들떠야 하는데 졸업식은 왠지 슬펐다. 펑펑 울었다.
언제 다시 볼 지 모른다는 시간이 아쉬웠던 것 같다. 부산 자취방에 놀러 왔던 친구들이나 상해의 친구들이나 집으로 돌아간 건 똑같은데. 그냥 잊히는 게 서로가 서로에게서 잊혀질까봐 두렵고 슬프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뭐든지 무뎌지니깐.
사실 다시 혼자가 되었고 이전에 했던 '앞으로 뭐하지, 난 뭘 좋아하지' 따위의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게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만날 땐 새로움에 마냥 즐거웠지만 오늘은 많이 쓸쓸하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오늘은 참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