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 니스
2014년, 4년 내내 학교를 다녔던 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휴식을 위해 휴학을 했다. 마침 프랑스로 어학을 배우러 떠났던 친구가 한 명 있었고 놀러 오면 재워주겠다는 말에 계획도 없이 비행기 티켓만 끊어 마르세유로 갔다. 모든 대학생의 로망인 유럽 배낭여행은 무서워서 못하겠고 그냥 친구 집에 머물다 올 생각으로 출발 일주일 전 급하게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혼자 외국을 가는 건 처음이라 많이 무섭고 떨렸다. 친구 집은 마르세유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공항에 혼자 내려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차여차하여 잘 도착했고 그렇게 나의 무계획 프랑스 여행은 시작되었다.
친구는 프랑스에서 만난 남자친구 샘과 함께 스튜디오에 살고 있었다. 외국에서 가정집에 가 본건 처음이었는데 무언가 정돈되지 않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불편하면서도 좋았다. 샘은 날 반갑게 반겨주었고 낯선 나라에서의 그 어색한 떨림이 새로웠다. 첫날은 샘 친구네 집에 가서 피자를 먹었다. 두 번째 가정집 방문이었는데 또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피자는 한국 피자가 최고다.
하루 사이에 한국에서 프랑스에 와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겁도 두려움도 많은 나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다.
친구는 원래는 나와 대학 동기인데 둘 다 1학년 때까지 문예창작학과에 재학하다 2학년 때 난 신문방송학과로 전과하였고 그 앤 갑자기 프랑스어를 배운다고 휴학을 하더니 이내 자퇴하고 고향인 의정부로 돌아갔다. 이후 뜸하게 연락하면서 근근이 서로의 소식을 전했고 어느 날 빵 만들러 프랑스에 간다고 하더니 정말 가버렸다.
얼마 전 우연히 친구 카톡사진을 보고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이 언젠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었다. 둘 다 보고 싶기도 하고 축하도 해 줄 겸 부산에서 의정부까지 한걸음에 달려갔고 오랜만에 본 둘은 여전했다. 사실 친구는 진한 신부화장 때문인지 많이 예뻤다. 친구 결혼식에 가본 건 처음이었는데 심지어 외국인과의 결혼이라니!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고 프랑스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하튼 다시 2년 전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며칠 동안 친구 집에 지내며 동네 구경도 하고 지내던 중 손님이 찾아왔다. 친구가 용돈벌이를 위해 자신의 집을 어딘가에 숙소로 등록해 놓았고 한 한국인이 숙박객으로 온 것이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는 나랑 동갑에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기 전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 이틀간 마르세유를 여행하고 다음날 니스로 떠난다고 했다. 계획이 없었던 나는 그 분과 함께 니스에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었다.
무계획이었지만 어떻게 기회가 닿아 니스에 발도장을 찍었고 처음으로 프랑스의 크림브륄레를 맛보았다. 사진이 없는 게 가장 아쉽다. 아직도 그 달콤하고 바삭한 설탕층과 달걀의 부드러운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그 당시에는 내가 먹고 있는 게 뭔지도 몰랐다. 항상 그 맛을 그리워하고는 있었는데 한참 뒤 아멜리에라는 영화를 보다 아멜리에가 작은 티스푼으로 크렘브륄레의 설탕층을 깨며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었다.
크렘브륄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프랑스 식당에 가면 꼭 바게트를 준다. 우리나라의 유명 빵집 이름 덕에 프랑스 바게트가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맛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20일간 프랑스만 돌아다니며 바게트의 맛을 알게 되었다. 어딜 가도 바게트를 주길래 손도 대지 않다가 한 번은 먹어보았는데 고소하고 그 질긴 식감이 은근 중독성 있었다.
다시 니스로 돌아와 아무 책자도 정보도 없었던 터라 이곳이 어디인지 유명한지 아닌지조차 모르고도 참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래서 오히려 더 프랑스의 분위기, 날씨, 사람들 그리고 그때의 공기까지 온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니스의 날씨는 환상적이었다. 같이 니스로 왔던 분은 다음날 이탈리아로 떠났고 하루로 아쉬웠던 나는 하루를 더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날 난 칸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