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의 착시와 인식의 편향이 만들어낸 오류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 시청자에서부터 관련 학계 그리고 방송사 직원까지 마치 TV를 보는 것이 시대에 뒤쳐지고, 상대방이 자신 낮잡아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과중한 일과로 시간이 부족해 TV를 볼 수 없을 만큼 바쁘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도 TV는 바보상자라는 인식이 크고, TV를 많이 보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TV를 많이 본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TV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얼마나 TV를 보는지만으로 많은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TV를 자주 보지 않는다는 말을 "인간답게 살지 못해요"라고 읽는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고 TV를 시청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여유가 없는 일상이 과연 자랑할 일일까?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여유롭게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일상이 자랑할만한 일인가?. TV가 아무리 바보상자여도, 예전만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하더라도 TV는 여전히 우리의 거실을 지키고 있는, 가족과의 대화에 필요한 매체인데 말이다. 더욱 흥미로운건 TV를 자주 못보신다는 분들에게 인기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맞장구를 친다. "정말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이에요".... 자주 보지 못하신다면서요 라고 다시 물으면 "그것만 봐요. 대부분은 실시간이 아니라 VOD 서비스나 넷플릭스로요"라고 대답하기 일수다. 결국 TV를 보기는 하지만 자주라고 말하긴 싫은 모양이다.
TV를 보는 것을 자랑하지 못하는 시대, TV 영향력이 감소한 지표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 가구 시청률의 감소이다. 흔히 예전에는 가구 시청률 30% 이상의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요즘은 10%만 넘어도 인기 프로그램을 볼만큼 가구 시청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방송은 역시 지상파 채널이다. 이들은 우리 방송이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주요한 채널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들의 시청률 감소는 전반적인 TV의 감소로 보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전 시청환경에 비해 지금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채널이 폭발하고, 서비스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예전의 영광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지상파 채널의 가구시청률 지표가 하락한 것을 예로 들며 TV의, 방송의 약화를 이야기한다. 내가 보기엔 지상파 과점시장이 점차 경쟁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지상파의 시청지표 감소는 지극히 자연스런 일인데 말이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roadcast-media/2022/02/04/IQ52XGNHPFDDXNIH2BYIEZQGSM/
시청지표가 외부의 변화와 관계 없이 절대적인 값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마침 지난 2월3일 있었던 <방송3사 대통령후보토론>의 시청률에 대한 기사가 지표를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KBS, MBC, SBS에서 동시 중계된 TV토론은 3개 채널 시청률을 합해 39.01%를 기록,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KBS 2TV주말극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역대 2위이라는 것이다. 올림픽도 아닌데 순위를 메긴다니...하고 살펴본 기사에서는 역대 1위는 "1997년 15대 대선 TV 토론은 역대 최고 시청률인 55.7%에 달했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이인제 국민신당·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격론을 펼쳤다" 고 전했다. 아마도 언론사 기사DB를 뒤져 대선TV론의 시청률을 찾아내 순서를 메겨 역대 2위라고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1997년의 시청지표 조사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을 조사하지만, 1997년 당시에는 아마도 수도권에 한정하여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995년에 시작된 케이블 방송이 자리를 잡지 못해 지상파 채널로 대부분의 시청이 집중되던 시기였을 것이다. 조사상황과 매체환경이 다른 조건에서 조사된 결과를 굳이 비교하여 2위라고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청률은 언제나 비교 가능한 고정값이 아닌데 말이다. 1997년에 기록한 역대 1위는 앞으로 깨지지 않는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얻는 결과로서 어떤 지표를 만나면 반듯이 해야하는 일이 있다. 이전 브런치에서도 이야기했디만 데이터에 말을 것어보아야 한다. "넌 누구니?" , "어떻게 태어났니?" 등등 말이다. 시청률을 포함한 시청지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조사되고, 계산되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 것은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보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퍼센트(%)표시만 보면 알아야할 많은 것을 잊고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현상을 비율(ratio)의 마법, 비율의 착시라고 말해왔다. 착시를 걷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현실을 정확히 보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부터는 시청지표를 보다 명확히 살펴볼 수 있는 몇가지 것들을 살펴보자.
TV시청률의 최근 10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총가구시청률(HUT: House Using Television)은 전반적으로 감소해 왔다. 물론 올림픽, 월드컵 등의 스포츠 빅이벤트가 있는 짝수년도에는 다시 상승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2019년 32.02%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야외활동 자제로 TV시청량이 다시 증가하였지만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총개인시청률(PUT: Personal Using Television)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TV시청을 가구단위로 측정하면 감소하고, 개인 단위로 측정하면 증가한다니... 뭔가 이상하다.
가구와 개인단위로 측정한 시청지표의 경향이 다른 이유는 이들을 계산하는 모집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청지표는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인구센서스)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통계청은 2010년까지 5년마다 인구센서스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다음에 발표해왔다. 시청지표를 산출하는 모집단은 인구센서스 결과중 일반가구와 내국인이며, 센서스 결과 발표가 있는 다음 해에 산출기준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2010년에 조사한 결과는 2011년에 결과가 발표되고, 시청지표 산출에 사용되는 것은 2012년에 적용된다. 통계청은 2015년 인구센서스부터는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이용하여 현장 조사를 대체하는 등록센서스 방법으로 실시하면서 매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지표 산출 모집단도 5년주기 변경에서 2017년 부터 매년 변경되고 있다.
2015년 이후 센서스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인구증가의 정체와 가구수의 급격한 증가이다. 아래에서 좌측 그래프를 보면 비슷한 수준이었던 가구와 개인의 증가율은 2015년 이후 매년 결과가 발표되면서 개인보다 가구의 증가가 훨씬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인구는 늘지 않는데, 가구가 인구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우측의 그래프에서 보는 봐와 같이 1970년 5.3명 이었던 평균 가구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2019년 인구센서스 결과 2.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청지표 산출 모집단의 이러한 변화는 시청지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가구와 개인단위로 측정한 시청률의 추세가 다른 것은 시청률의 계산방식 때문이다. 가구(household) 시청률은 가구단위로 TV 시청을 1분단위로 측정한뒤 이를 모집단(일반가구수)으로 나누어 100을 곱해 산정한다. 따라서 분모가 되는 일반 가구수는 인구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분자가 되는 가구당 시청은 가구원구가 감소하면서 감소한다. 이러한 가구의 특성변화는 가구 시청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따라서 전반적인 TV시청 감소를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가구시청률 감소는 실질적인 TV 시청의 감소도 원인이겠지만, 가구시청률을 산정하는 외적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인구유입이 늘어나 50% 이상의 인구와 가구가 수도권에 거주하게 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유입을 보이는 젊은 층은 TV를 시청할 수 없는 주거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도권은 전국에 비해 가구증가율이 높고, 가구당 TV시청시간은 오히려 적어 가구 시청률 감소가 전국에 비해 급격히 나타나게 된다.
이와 달리 개인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 인구 증가률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 개인 시청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령인구 비율이 크게 늘어 났다. 바쁜 일상생활을 보내는 세대와 달리 노령층은 여가시간이 많은 반면 야외활동은 적은 편이다. 따라서 풍부한 여가시간을 대부분 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TV시청이 늘수 밖에 없다. 그런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노령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구구조의 특성상 개인단위 TV시청률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통계청.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구조
그동안 우리가 TV쇠퇴의 근거로 삼아 왔던 가구 시청률의 감소는 실절적인 TV시청의 감소라기 보다 시청률 산정환경, 다시말해 사회환경의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TV 를 평가하는 지표로 가구시청률을 사용해 왔다.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TV의 특성상 맞는 선택이었고, 개인 시청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이점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구 시청률 산정기준이 매년 변화하고, 산정의 기준이 되는 모집단의 변화가 큰 상황에서 연간 비교 기준으로 가구시청률 선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비교적 안정적인 양상을 보이는 개인 시청률이나 개인 시청자수를 이용하는 것이 다년간 비교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같은 해의 성과를 비교하는데는 아직도 가구시청률이 유효한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데이터를 이용하기 전에 충분히 말을 걸어보고 특성을 이해한 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를 사회적 분위기나 인식에 의해 정확히 보지 못하는 착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지 않고, OTT를 이용하는 것이 자랑인 시대.
하지만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OTT를 이용한 것보다 TV로 이용하는 것이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TV는 정말 쇠퇴하는 미디어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TV는 OTT를 이용하는 디바이스로 OTT와 경쟁하지 않는다. OTT(Over The Set-top)는 원래 TV와 함께 놓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사가 독점하던 TV에 방송 프로그램과 다른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TV를 자주 보지 못한다는 말이 과연 자랑할 만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안정적인 일상을 누지지 못하는 저녁이 없는 삶이 과연 자랑할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