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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장 Feb 17. 2022

TV시청의 계절성과 주기성

시청지표를 보면 사랃들의 생활이 보인다

TV를 자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일상이 바쁘고 힘들어 TV시청이 적어질수는 있지만, TV는 대부분의 경우 가정생활 또는 가족생활의 핵심적인 공간인 거실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TV를 많이 시청하지 않는 다는 말은 자신이나 가족이 거실에 자주 모이지 않는 다는 말이기 때문에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TV시청은 대부분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일 매일 일상생활 중에 나타나며, 얼마나 오랫동안 집에 머무는지에 따라 시청량이 결정됩니다. 이번에는 TV시청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고의 여가수단, TV시청

오늘은 TV를 비롯한 미디어 이용시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단 우리의 일상생활은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는 일과시간과 자신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여가시간으로 구분됩니다.  그중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여가시간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시간에 TV를 시청합니다. 통계청의 국민여가활동조사 2020 결과를 보면, TV시청은 1순위 여가활동으로도 5순위까지 응답한 결과에서도 다른 여가 활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왜냐하면 TV시청은 야외활동에 비해 시간이 적게 들고, 비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TV를 시청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따라서 TV시청은 사람들의 여가시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고, 여가시간의 구성(야외 vs 가정)에 따라 크기가 달라집니다.   

자료: 통계청(2021). 국민여가활동조사2020   


일본의 광고회사 덴쯔는 이러한 TV시청의 특성을 파악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한바 있습니다. 덴쯔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조사하면서 "집에 있으면서 깨어 있는 시간대"를 조사하게 되는데, 흥미롭게도 조사결과는 TV전체 시청률(PUT: Personal Using Television)과 비슷한 성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덴쯔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지 않는 다면 TV시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기상재택률(起床率)이라고 부르고 관리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광고회사가 더 좋은 광고효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TV시청=집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TV를 많이 보지 않는 다는 것은 집에 늦게 들어간다는 의미가 되고 TV를 거의 보지 않는 다는 것은 매우 늦게 귀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하루동안 TV시청패턴을 분석하면 사람들이 언제 귀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TV시청률을 확장하면 사람들의 하루생활이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TV시청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가하는 시간대를 우리는 주시청시간대(Prime Time)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일과시간과 여가시간은 하루중 TV시청 패턴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다음의 그림은 각 연령별 총 시청률(PUT: Personal Using Television)입니다. 시간대별로 연령별 시청률의 차이가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주시청시간대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가하여 TV를 시청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특성은 연령별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TV시청이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을 거의 없습니다. 제작자는 자신의 프로그램의 수치로, 광고대행사는 광고효율 평가지표로, 정책담장자와 기자는 사업자간 경쟁을 평가하는 수단으로만 시청지표를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여가시간 변화와 TV시청 계절성

 TV시청은 특별하진 않지만, 일상생활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에 여가시간의 크기와 구성에 따라 변화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TV시청이 집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귀가시간의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4계절이 뚜렸한 우리나라에서는 계절에 따라서도 큰 변화를 보입니다. 혹시 2013년에 방송된 무한도전 "시청률 춘궁기"편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무한도전은 다양한 주제와 흥미로운 소재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지표를 조사하는 제가 보고 깜짝 놀란 것이 바로 시청률 춘궁기라는 표현이었습니다. TV시청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보니 계절의 변화에 따라 TV시청량이 달라지고, 특히 여가시간 중 야외활동이 차지하는 정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봄철은 겨우내 야외활옹이 자제되었던 사람들의 활동성이 높아지면서 TV시청이 줄어드시는 대표적인 시기입니다. 


흥미롭게도 무한도전은 TV시청률의 계절적인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소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무도 맴버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봄철을 맞아 벚꽃놀이 가시는 것만큼 재미있게 만들테니 무한도전을 시청해달라고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TV시청의 계절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입니다. 

 

http://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176217


"TV시청은 야외활동 및 여가시간의 크기에 따라 계절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계절성(Seasonality)을 가집니다. 주로 겨울과 여름이 높고, 봄과 가을이 낮습니다."


TV시청의 총량을 월별로 살펴보면 매년 거의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데, 주로 1-2월이 가장 높고, 3-6월까지 하락하다 7-8월 다시 상승하고, 9-10월 다시 감소하였다가 11-12월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저의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1월에는 밤이 길고 추워 일찍 귀가하는데다, 학생들의 방학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TV 시청이 증가하며, 이는 2월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 3월이 되면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학생들의 개학으로 여가시간이 줄어들면서 감소하였다가 방학과 여름휴가로 여가시간이 증가하고, 더위로 야외활동이 자제되면서 다시 TV시청률이 합니다. 이후 가을이 되면 개학과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감소하였다가 겨울이 되는 11월부터 다시 증가하지만 12월에는 망년회 등의 행사가 많아 1월보다 다소 낮은 TV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료: 닐슨미디어코리아 TV시청지료 자료 (전국, 모든 플랬폼, 모든 가구 및 개인)


물론 이러한 계절적인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짝수년에 았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 게임등의 국민관심 행사(스포츠 빅이벤트), 대통령선거 등이 있으면 TV시청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을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야외활동 자제 및 이른 귀가 또는 재택근무는 그동안 있었던 TV시청의 계절성을 무시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지 2년을 맞이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면서 다시 예전의 시청패턴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TV시청량과 방송의 사회적 책무

결론적으로 TV시청량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여가시간을 가지고 있느지에 따라 전체 규모가 결정되며, 여가시간의 구성(귀가와 야외활동)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바쁜 일상으로 여가시간이 부족하면 TV시청량은 줄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야외활동이 늘어나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전체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여가시간의 크기가 더 중요합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일상생활의 변화는 매우 급격히 일어났고, 앞서 살펴보신 것처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미디어 이용행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는 매우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일상생활과 여가시간의 변화로 미디어 이용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곳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변화가 없다" 였습니다. 물론 늘어난 여가시간으로 미디어 이용시간이 증가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미디어 이용시간은 특정매체에 집중되지 않고, 각 매체가 차지하는 시간의 구성비는 거의 유사하게 유지되었습니다. 다시말해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여가시간은 TV 시청하거나 PC, Mobile을 사용하는 절대적인 시간량을 늘렸지만, 미디어가 차지하는 시간의 구성비는 변화가 1% 미만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지만, 

미디어 이용(습)관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료:닐슨미디어리서치(2020). Media Consumption in COVID Era. 

이러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더 살펴보고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미디어 이용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들의 일상이 코로나19로 변화하였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미디어 이용은 이성적인 행동이라기 보다 습관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는 생활관성이 미디어 이용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미디어 사업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매력적인 콘텐츠 보다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여가시간, 그리고 귀가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뉴스로 여론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핵심적인 책무는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방송의 책무를 사람들에게 필요한 고품질의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는 논의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사람들이 볼 시간이 부족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더욱이 앞서 살펴 보신것 처럼 미디어 이용시간은 특정매체로 집중되기 보다 이용관성에 따라 천천히 변화합니다. 결국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TV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좋은 서비스, 매력적인 콘텐츠 보다 여가시간이 중요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이 미디어의 책무입니다. 


결국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내고, 여가시간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미디어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자양분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방송사와 언론사는 권력과 사회를 감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충분한 여가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송사와 언론사가 미디어 소비와 일상생활의 관계를 잊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점차 미디어 이용시간이 감소하여 사업환경이 악화될 것입니다. 결국 미디어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변화이고, 이를 미디어 소비에 유리하도록 여가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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