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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an 27. 2024

독일에서 일본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면

2024년을 맞으며 1년 넘게 길러온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자르고 싶었다. 독일 헤어숍에 가는 건 내키지 않았다. 머리를 감겨주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고, 제대로 된 머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독일에 와서 처음 헤어숍에 갔을 때 헤어디자이너는 내 새까맣고 굵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오, 이런 머리카락은 처음이에요. 숱도 엄청 많네요.”라며 놀라워했다. 독일사람 머리카락은 가늘고 숱이 없어서 민들레 홀씨처럼 나풀거린다. 내 머리숱은 그들의 세배 정도다. 숱이 많아 숱가위로 손질해 달라고 했더니 쥐가 뜯어먹은 것처럼 엉망으로 만들었다. 똑 단발로 잘라달라고 했더니 정말 ‘뚝’ 잘랐다. 들쑥날쑥해진 끝부분은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어느 헤어숍에 가든지 공장에서 찍어 내듯 어찌 그리 똑같은 결과물을 내는지. 머리카락 잘라주는 것만

50유로, 대략 72,400원인데 비해 결과물은 항상 우울했다. 나의 고민을 알던 올케는 일본 헤어숍을 추천해 주며 예약을 잡아줬다. 같은 동양인 머릿결이니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어떻게 자를지 고민했다. 눈동자를 바삐 움직이며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냈다. 예약일이 되어 찾아간 일본 헤어숍. 헤어디자이너는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의자에 앉으니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안녕하세요, 오늘 당신을 맡게 된 00입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라는 게 아닌가. 아뿔싸!! 헤어디자이너는 독일어를 할 줄 몰랐다. 나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데. ‘이곳에서도 원하는 스타일로 자를 수 없단 말인가.’ 깊은 한숨이 올라왔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어정쩡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구글 번역기에 일본어를 찾아 꾹 눌렀다. “머리가 많이 자라서 짧게 자르고 싶어요. 그리고 숱도 치고 싶은데. 예시로 핸드폰에 사진을 넣어왔어요.”라며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헤어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보여주세요.”라며 미소 지었다. 실례가 될까 소심했던 손가락 움직임은 자신감을 얻어 빠르게 움직였다. “길이는 귀밑 10센티미터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의중을 읽은 헤어디자이너는 단숨에 머리를 감겨주었다. 구석구석 움직이는 손끝이 야무졌다. 두피까지 시원했다. 독일과 다르게 추가 비용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머리 자르기에 들어갔다. 거울에 비치는 헤어디자이너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정성과 성의를 다해 스타일을 내주었다. “이 정도 길이면 될까요? 숱을 더 칠까요?” 많은 질문이 오고 갔다.


어깨 밑까지 내려오던 묵직한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깨 위로 껑충 올라갔다. 숱은 고르게 쳐지며 예쁜 층을 만들어 냈다. 끝부분은 단정하게 다듬어졌다. 헤어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뒷머리를 확인하라며 거울을 들어줬다.  속으로 외치던 “우와”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던 헤어디자이너는 사진과 비슷하게 잘라주었다. 머리카락은 가벼워지고, 산뜻했다. 이제야 마음에 드는 헤어숍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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