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학교마다 Tag der offenen Tür(타그 데어 오페넨 튜어)가 있다. 문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1년에 한 번 모든 시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게 한다. 초등학교는 9월, 중 고등학교는 11월에 열린다. 교육청 사이트에 들어가 공개 날을 확인할 수 있고, 교육청에서 학교에 배부하는 카탈로그를 통해 알 수 있다. 재학생이 수업받는 모습을 참관하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상담 부스를 통해 선생님과의 질의응답과 홍보 자료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간단한 음식, 음료도 제공된다.
둘째 테디베어는 내년에 중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어린 나이의 만 10살에 중 고등학교를 고르는 일은 어렵다. 성적에 따라 인문계. 종합학교 (상고, 인문계 합쳐진 학교), 상고를 선택한다. 학교 공개의 날은 학교 선택에 도움을 준다. 테디베어는 제일가고 싶어 하는 몬테소리 학교 공개의 날에 다녀왔다. 학교는 집에서 자전거로 15분 걸린다.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몬테소리 교육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있다. 입학 우선순위는 몬테소리 재학생에게 있고 나머지 20%만이 외부 학생을 받는다. 가톨릭 재단에서 지원하는 학교라 수영장이 있으며 체육관이 3개나 된다. 과학실은 아이들이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설로 눈길을 끈다.
학교 시설이라든지 프로그램이 좋아서 경쟁율이 세다. 독일엄마들은 유치원부터 줄을 만들어 보낼 만큼 누구나 보내고 싶은 학교다. 그 어려운 학교에 둘째 테디베어는 꼭 가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독일엄마들 사이에서 외국인 엄마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작아져 사라질 것 같은 자신감을 애써 일으켰다. 외국인 엄마로 애 셋을 키우며 이제까지 꼿꼿이 오지 않았는가. 몇 달 전부터 알아본 원서 접수 방법 그리고 필요한 서류를 정리했다. 원서 작성, 독일에서 태어난 출생증명서, 세례 증명서, 3학년 1, 2학기 성적표,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 작성하기였다. 서류 준비는 쉬웠는데.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 쓰기가 어려웠다.
한국어의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번역해서 독일어로 썼을 때 적절한 표현이 맞는지 자연스러운 문장인지가 어려웠다. 독일 지인에게 피드를 받았다. 그렇게 완성한 PDF를 프린터로 뽑고 빳빳한 서류 봉투에 넣어 몬테소리 학교 사무실로 가져갔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무실 직원에게 전해 주고 나오는데 쉬는 시간이라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외국인인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들 틈에는 외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겨우 일으켜 세운 자신감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졌다. 우리 아이가 합격할 수 있을까? 원서는 접수했고 결과는 1월에 알 수 있으니 부정적인 생각을 떠나보내자며 비워냈다.
2 지망으로 생각한 학교는 이미 첫째가 다니는 종합학교다. 시설이라든지 아이들에게 지원이 잘 안 된다며 몇 년 사이 인지도가 떨어진 학교다. 더 큰 문제는 52개국의 아이들이 모인 글로벌 학교라 본토 독일어 발음이 아닌 외국인 독일어 발음을 배우게 된다. 첫째 듬직이도 전학을 알아보고 있다. 차로 30분 걸리는 뒤셀도르프의 사립학교를 생각 중이다. 둘째 테디베어 또한 1 지망 몬테소리 학교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뒤셀도르프 사립학교로 보낼 생각이지만 두 아들만 있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운천사 딸을 돌봐야 하는 일상에 왕복 1시간은 솔직히 쉽지 않을것 같다. 뒤셀도르프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는데 딸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겨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의 실타래는 풀 수 없을 정도로 엉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