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깁스 무게를 견디느라 어깨에 담이 왔다. 구부정한 자세로 있으려니 아픔이 더해졌다. 독일은 Hausarzt(하우스알즈트) 가정의학을 거쳐야 정형외과로 갈 수 있다. 10년 동안 다닌 가정의학과를 찾아갔다. 정형외과로 갈 수 있는 의사 소견서를 받았다. 건물 모퉁이에 있는 정형외과로 갔다. 병원은 폐업했다.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모든 예약으로 이뤄지는 독일 병원은 예약 없이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가정의학과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2시간 기다려도 해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찾아간 병원은 예약이 필수였고 예약 일까지는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종합 응급센터로 갔다. 응급센터라 금방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사는 가위를 가져와 감겨있던 붕대를 잘라내고 한 몸을 이루던 깁스를 빼주었다. 깁스로 감싸던 팔의 모습이 드러났다. 얇아진 팔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사는 손목을 돌려보고 움직여 보라고 지시했다. 뻣뻣해진 손목을 움직이려니 뼈가 삐걱거렸다. 조금 더 넓게 움직여 보라는 의사 말에 ‘악’ 소리가 났다. 의사는 손목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엑스레이를 찍으라 했다. 엑스레이실로 갔다.
손목 부위의 각도를 잘 찍기 위해 살짝 손목을 꺾었다. 아픔으로 인해 신경이 곤두섰다. 의사는 뼈에 이상이 없다며 다시 찍어보자고 했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던 손목과 비교하기 위해 양쪽 손목을 찍었다. 2번째 엑스레이를 확인하더니 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뼈가 아닌 근육에 문제라 여기며 다른 치료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하는 게 아닌 3번째 엑스레이를 권했다. 이쯤이면 돌팔이 의사라는 의심이 들었다. 3번째도 역시 아무 이상이 없었다. 치료 방법을 못 찾겠으면 손목 보호대라도 해주던가 아니면 물리치료라도 받게 해 주지. 아무런 조치도 없이 3일 후에 계속 아프면 다시 오라고 했다. 헛웃음만 났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임시방편으로 아픈 손목에 압박붕대로 칭칭 감았다. 압박붕대의 힘을 받으니 좀 나았다. 손목 보호대를 구해다가 차니 손목움직임이 한결 나았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다. 차츰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치기 전처럼 손목의 움직임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몇 년 전 발목을 삐었을 때도 정형외과를 3곳을 돌았다. 치료해 준다며 먹는 약 바르는 약 심지어는 반 깁스도 했었지만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다. 그 발목 부위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편하다. 독일에서는 어딘가 아프면 치료가 되기보다는 몸에 일부가 되어 아픔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한국의 한의원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