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선 초등학교 4학년이면 입시를 치른다. 5학년부터 중, 고등학교로 간다. 둘째 테디베어는 4학년, 독일의 입시생이다. 2월 둘째 주부터 중, 고등학교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이미 첫째 듬직이를 보내 봤지만 성향이 다른 둘째 테디에게 맞는 학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사 긍정적인 첫째 듬직이는 중, 고등학교를 정할 때 고민이 없었다. 입시생 엄마라고 하기에 무심할 정도로 편안했다. 둘째 테디베어는 마음이 여리고 세심하고 환경에 예민하다. 아이의 성향과 성적을 고려해 학교를 정하려니 영주권을 따기 위해 독일어 시험을 보는 것처럼 어려웠다.
작년 10월 1년에 한 번 모든 학교를 개방하는 날 둘째는 집에서 가까운 몬테소리 학교에 방문했었다. 학교를 둘러볼 수 있었고 수업에도 참여했었다. 체육관이 두 개에 수영장이 있는 학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도 둘째에게 큰 흥미를 주었다. 둘째는 입학을 간절히 원했다. 몬테소리처럼 사립학교는 1월에 원서 접수가 마감된다. 입학 여부의 결정에 따라 2월에 공립학교 원서를 접수한다. 가톨릭 제단의 사립학교인 몬테소리에 필요한 서류는 세례 증명서, 출생증명서, 원서, 자기소개서, 3학년 2학기 성적표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엄마로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자기소개서. 한국어로 쓰고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행정실에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오던 날 간절히 기도 했다. 1월 말이 되어 몬테소리 중, 고등학교 불합격 편지가 집으로 왔다. 교육 시스템이 워낙 잘되어있어서 인기가 많은 학교라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둘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나 역시 아쉽고 속상했지만 둘째를 위해 발 빠르게 다른 사립학교를 알아봐야 했다. 인원수 많은 공립학교보다는 인원수 작은 사립학교가 둘째의 성향에 잘 맞았다. 차로 15분 거리에 사립학교를 찾아냈다. 입학 시 성적을 보지 않으며 학생들의 인성을 중요시하고, 한 반에 많게는 18명인 학교다.
인터뷰 날짜를 잡아 학교에 방문했다. 토요일 오전 학교는 고요했다. 둘째는 긴장했는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는 교장선생님 인상이 동네 아저씨 같았다. 교장선생님은 왜? 공립이 아닌 사립을 택했는지 질문을 하며 아이를 살폈다. 학교 수업은 개개인의 성취도에 따르며 한 반에 10명뿐이었다. 수학여행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스키장이었다. 방과 후 활동도 다양하며, 숙제도 학교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뤄진다. 점심 식재로는 매일매일 신선하다고 했다. 학비가 얼마인지를 듣기 전까지는 둘째에게 딱 맞는 학교구나 확신했다.
국제 사립학교 학비 수준이었다. 독일의 사립학교는 기독교 학교, 몬테소리 학교, waldorfschule (발도르프슐레) 이렇게 있다. 대부분 학비는 제단과,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서 한 달에 한국돈으로 40만 원 안팎이다. 그거에 비해 이 학교 학비는 비싸도 너무 비쌌다. 교장선생과 40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나고 차에 탔다. 남편과 나 그리고 둘째는 서로 눈치를 살피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학비의 부담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둘째도 느끼고 있었다. 남편과 의논했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공립학교 원서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립학교에 보내려면 담임선생님이 주는 Empfehing(엠펭룽)을 받아야 한다. 성적, 학습 태도, 사회성, 발달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어느 학교가 가장 적합할지 추천서를 서주는 것이다. 인문계, 종합학교, 상고 중 둘째 테디베어는 종합학교에 적합하다는 추천서를 받았다. 종합학교는 인문계, 상고가 합쳐진 학교다. 10학년에 대학입시 또는 직업을 가질지 결정한다. 우리가 사는 곳에는 4개의 종합학교가 있다. 그중 첫째가 다니고 있는 종합학교는 40개국의 학생들이 모인 큰 규모의 유니세프로 지정되어 있다.
8, 9학년 학생들은 홈스테이를 통해 이태리, 영국, 터키, 폴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다.
첫째 성향에는 알맞은 학교지만 소극적인 둘째에게는 규모가 큰 학교가 다소 힘들 수 있었다. 종합학교에 원서를 새로 썼다. 형제나 자매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합격률이 높다. 원서와 함께 준비할 서류는 3학년 2학기 성적표, 4학년 1학기 성적표, 담임선생님 추천서, 출생증명서, 예방접종 수첩이다. 준비한 서류를 들고 행정실로 갔다. 바로 교장과 인터뷰가 이어졌다. 서류를 들고 학교에 오기 전 집에서 학교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둘째가 이 학교에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오케스트라에 특화된 학교라 적혀있었다. 드럼을 2년 배운 둘째에게 타악기를 신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한 줄기의 희망이 생겼다. 인터뷰 시간 교장은 더 궁금한 게 없는지 물었다. 집에서 찾아본 홈페이지를 보여줬다. 교장은 오케스트라가 없어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작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입시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친 둘째는 결국 몸살을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