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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pr 08. 2022

너로 인해 웃는 날이 많아

부엌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다희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듯했다.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다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희는 언제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냈는지 큰 통을 품에 안고 작은 티스푼으로 퍼 먹고 있었다. 나는 유심히 그 모습을 보다가 속삭이듯 “다희야”라고 불렀다. 훔짓 놀란 다희의 눈이 왕 구슬만큼 커졌다. 얼른 자신의 두 번째 손가락을 코에 대며 “쉿”이란다. 뭐라고 혼낼 엄마에게 미리 입막음하는 다희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다가도 웃음이 났다. 이왕에 들킨 거 편하게 먹으라고 그릇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었다. 고맙다며 꾸벅 인사하는 모습마저 미소 짓게 한다.


다희는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입술 주변에 아이스크림 수염이 생겼다. 식탁에 앉아 있는 김에 그림을 그리라고 종이와 색연필을 주었다. 요즘 한글 떼기 하는 둘째 오빠의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를 수없이 들었던 터라 그런지 제법 ‘아, 야, 어' 소리를 내며 나더러 따라 해 보라고 손짓한다. 내가 둘째에게 책을 들고 가르쳤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거였다. 그 모습에 난 소리 내어 웃었다. 다희는 고개가 갸우뚱하다. '엄마, 왜 저러지?'라는 표정으로.


어느 날은 두 오빠가 말썽을 부려 아빠에게 혼나고 벌을 섰다. 다희는 벽 보고 양팔을 높이 들고 서있는 두 오빠를 유심히 관찰했다. 불현듯 따라 서서 벌을 서는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올뻔했다. 혼나는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며칠 지나문에 낙서하는 다희를 발견하고 "안다희"라고 크게 부르니 바로 자진 납세해서 팔을 번쩍 든다.


'다운증후군' 다희의 작은 행동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느리지만 하나하나 해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가 다희를 낳고 이렇게 다희에게 빠져 들지 몰랐다. 아기자기한 성격이 못 되는 나는 아이들에게 애살스러운 사랑의 표현을 못한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다희에게만큼은 무한 사랑을 표현한다.


내가 다희 엄마가 아니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행복이다. 물론  아들로 인해 받은 행복도 크다. 다만 다희가 가진 특별함의 모습이 소중하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다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처럼  또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다희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다름의 모습이 아닌 예쁜  딸로 느껴진다.  


다희가 지금은 어리지만 커갈수록 스스로도 알아가게 될 것이다. 남들과 다름을. 실망하기보다는 기쁨을 가진 강점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다희로 인해 웃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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