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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Nov 13. 2021

힘듦이 아닌 감사

다희와 지내는 시간은 평범하지 않았다. 다희를 낳은 순간부터가 모험이었다. 건강하지 못해 병원을 자주 가야 했다. 심장 수술을 했고, 병원 입원도 잦았다. 매년 가던 가족여행도 못 가게 됐다. 다희의 물리치료, 놀이치료 그리고 병원을 다녀야 했기에 내 시간은 없었다. 친구 조차 만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렸다. 다희는 면역력이 약했다. 항상 신경 써야 했기에 큰 아이 친구가 자유롭게 놀러 오지 못했다. 어쩌다 친구가 오는 날에는 온 신경이 곤두섰다. 예민해진 엄마에게 큰 아이는 불만이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내 삶이 고단해 큰 아이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둘째는 동생을 돌보는 엄마가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지 않아 스트레스받았다. 그런 둘째의 짜증이 늘어갔다. 받아주지 못한 내 잘 못이었다. 못난 내 탓을 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항상 마음이 무거웠던 건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이렇게 까지 살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지 않은 일을 통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일도 있다.  다희로 인해 만나게 된  마음 따뜻한 사람들, 같은 다운 천사를 키우는 엄마들과 공감이었다. 다희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세상에서 난 더불어 나눔에 대한 삶을 생각하게 됐다.


 아직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하나의 일이 있다. 5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일이다. 집 앞 빵집에 가는 나에게 누군가가 어눌한 어조로  “아줌마!”라고 크게 불렀다. 뒤 돌아보니 15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친 아이는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더 큰 목소리로 “용인 에버랜드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해? 나 오늘 중으로 가야 해.”라는 아이의 말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당황한 나는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이 지나는 동안에도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버스 노선 표를 보며 설명해 줄걸.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잘 몰라 미안해’라는 말이라도 건네었더라면. 마음의 후회로 지냈었다. 아마도 어눌한 아이의 자립심을 위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아이의 엄마는 뒤를 쫓고 있지 않았을까? 다희의 엄마가 되고 나니 과거의 나의 행동이 왜 그랬을까? 반성하며 잊을 수 없는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다희가 알려준 세상이었다.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았더라면 몰랐을 다른 이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됐다. 내 마음의 크기가 커져 갔다. 더 나아가 부모의 마음에 같은 공감 되었다. 사실 난 건강하지 못한 다희를 바라보며 주기적으로 우울함이 왔다. 가라앉는 기분을 걷잡을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약한 다희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입원으로 삶이 고단 했다. 힘들었던 내 삶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글리코 영양소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다희의 건강이 호전되어 갔다. 건강해져 가는 다희를 보며 마음이 덜어지는 걸 느꼈다. 병원 가는 횟수도 줄었다. 내 탓을 하며 연민에 빠졌었던 마음은 서서히 녹아졌다. 다희는 아직까지 말을 못 하지만 말이 느리면 어떤가, 기저귀를 아직 못 떼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면 해맑게 웃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함께 지내는 이 순간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다희와 지내오며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내 생각에 달려 있었다.


 다희가 건강해지며  아이는  이상 눈치를 지 않고 친구를 집으로 리고온다.  친구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집이 되었다. 둘째는 엄마의 관심에 충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을 챙기게 됐다. 날씨가 화창하면 우리 가족은 밖으로 나간다.  아들은 자전거를 타며 앞으로 쭉 나아간다. 다희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창문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부침개를 부쳐 먹는다. 이렇게 우린 평범해져 갔다.  생각의 차이가 평화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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