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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Oct 23. 2021

느림보 거북이는 힘들다

‘다운증후군’ 아이의 엄마는 마라톤 선수다. 결승선을 향한 여정이 힘들다고 중도 포기할 수도 없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야 한다.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나 혼자 조급하다고 앞으로 쑥 나가면 뒤처지는 아이는 힘들어진다. 사실 느린 아이를 끌고 천천히 가는 일은 어렵다. 하나하나 짚어가야 한다. 넘어지면 혼자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 어느 때는 안쓰러워 일으켜 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기다린다.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서 나비가 되는 건 3%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애벌레가 번데기 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가 번데기 껍질을 벗고 겨우겨우 천천히 나오는 나비를 안쓰러워 껍질 벗는 걸 도와줬다고 한다. 나비는 바로 죽었다고. 홀로 껍질을 벗는 과정 또한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대부분 그 기다림이 길다. 그래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혼자 스스로 설 수 있다.


의사 말에 의하면 ‘다운증후군’ 아이는 또래보다 적게는 1년, 많게는 4년 늦되다 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 성향이 다르기에 의사 말이 맞다 고 할 수 없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물리치료를 잘 따라 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쉬엄쉬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정확한 사실은 부모가 배나 더한 사랑으로 양육해 나간다는 거다.


다운증후군’ 다희는 옹알이하는 시기도 길었다. 걸음마를 떼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말도 늦어 여전히 징징거린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나이도 길다. 아가로 머무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아이를 기다려 주고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렇지만 늘 그럴 순 없다. 나도 화가 난다. ‘똥인지 오줌인지 분간도 못 한다’라는 말이 딱 맞다. 화장실 변기에 손을 대지 말라고 그렇게 알려주고 가르쳐 줘도 만진다. 앉아서 쉬하는 곳이라고 언제까지 알려줘야 할까? 더러운 변기에 제발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더 설명을 해줘야 할지 막막하다. 머리 감기를 싫어해서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다. 두 아이를 키웠음에도 첫 아이처럼 새롭다. 머리 빗는 것조차 예민해 머리는 산발이다. 손톱을 깎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안 고 손을 자꾸 빼는 바람에 다칠까 염려가 된다. 고작 앞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남편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일도 이토록 어려우니 답답하고 힘들다.


말 트이기 전  웅얼거림은 언제 멈출까, 제대로 된 언어로 말하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기저귀는 언제 뗄까. 세면대에서 물장난을 멈추기는 할까, 물휴지를 한 장 한 장 빼서 수북하게 쌓아놓는 일도 그만해야 한다는 걸 알기는 할까. 다희의 일상인 줄 알면서도 매일 무한 반복되는 게 힘들다. 나는 언제쯤 이런 푸념을 그칠 수 있을까.


난 오늘도 다희와 같이 느림보 거북이가 된다. 묵묵히 한 발씩 가야 한다는 걸 안다. 쉽지 않을 것도 이미 안다. 때로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는 잠시 쉬어 가려한다. 내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치면 그냥 목 놓아 울 거다. 가끔 다희의 작은 행동에 감동해 불끈 힘도 나겠지. 내 방식대로, 마음대로 억지로 끌고 가지 않을 계획이다. 그저 다희 시간에 맞춰 천천히 결승선을 향해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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