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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Feb 04. 2022

내겐 그저 예쁜 다운증후군 딸

‘다운 천사’ 딸은 아침에 일어나서 내 등을 토닥인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는다. 난 딸을 꼭 끌어안으며 "잘 잤어?"라고 아침 인사를 건넨다.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는 딸은 대답 대신에 내 볼을 쓰다듬는다. 작은 손의 보드라운 느낌이 좋다. 고요한 아침은 금세 두 아들의 기상으로 시끌벅적해진다. 개구쟁이 두 녀석은 여동생의 볼을 마구 비비며 격하게 애정표현을 한다. 볼이 빨개진 여동생은 '빽' 소리를 지른다. 오늘은 또 얼마나 시끌벅적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근거린다.


등교, 등원을 하는 삼 남매는 분주하다. 아이들 옷을 꺼내 주고, “나머지는 서랍에 있어”를 외치며 부엌으로 들어간다. 머지않아 첫째는  “엄마, 서랍에 양말 없는데?” 그 뒤를 이어 둘째도 "엄마, 바지가 안 입혀져." 라며 짜증 낸다. ‘내 몸이 열 개도 아니고, 놀고 있었니?’ 화가 확 밀려온다. 두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셋째는 큰 아들의 컬러풀한 팬티를 겹겹이 목에 두르고 나타나서는 아침 햇살처럼 해맑게 웃는다. 두 아들의 짜증에 기분이 다운되었는데, 딸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부엌일을 마무리 짓고는 딸 등원 준비를 한다. 옷을 입히려는데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사랑둥이야, 어디 있어?"라는 내 물음에 저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종이 백을 머리에 뒤집어쓰고는 흐느적거리며 춤춘다. '너를 보고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에게 옷 입히는 걸 잠시 잊고 한참을 웃었다.


딸은 유치원에서도 자유로운 영혼이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딸은 남편 품에 안겨 있었다. 남편은 딸을 내려놓으며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는지 ‘허허’ 웃었다.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낮잠 시간이 되어 암막 커튼을 치고 전등을 껐다고 했다. 아이들과 잠들었다가 먼저 일어난 딸은 꺼진 불을 돌아다니며 다 켰다고 했다. 식겁했을 선생님에게 미안했지만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 입술이 씰룩였다.

아이의 작은 머리에서는 신기한 생각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온다. 어느 날에는 전신 거울 앞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춤춘다. 밥 먹던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흥이 많다. 햇볕이 좋은 날 산책을 나가는데, 딸은 꼭 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간다.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을 때 주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의 행동이 호기심 많은 아기 강가지 같다. 때로는 나무 막대기를 들고 바이올린을 켜는 흉내를 낸다. 비가 오는 날에는 물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한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민달팽이를 한참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 꿈틀 하는 민달팽이에 자기도 움찔 놀란다.


아들만 둘인 집에 딸이 막내로 태어났다. 귀한 딸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다. 난 딸을 품에 안으며 걱정이 앞섰다. ‘잘해 낼 수 있을까? 이 아이와 행복할 수 있을까?’ 딸은 생후 5개월에 심장 수술을 했다. 중환자실에 일주일 있다가 회복되어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일주일 동안 안을 수 없었던 딸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기쁨도 잠시 딸은 가파른 숨을 내쉬며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이대로 딸을 보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위급한 상황에 의사들이 뛰어 왔다.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딸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딸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간절히 기도 했다. 그 고비를 넘기고 건강히 자라난 딸은 나에게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딸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감사이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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