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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an 01. 2022

아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


작은 손으로 토닥여줄 때  난 아이가 가장 사랑스럽다. 셋째 다희는 여느 아이들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한다. 말없이 그저 고사리 손으로 나를 토닥여주지만 그 어떤 말보다 내 마음을 헤아려준다. 토닥토닥. 말없이 토닥토닥. 마음이 따뜻하고 뭉클해진다. 겹겹이 쌓여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도 순식 간에  할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남편과 의견 차이로 속상할 때면 그 작은 토닥임이 위로가 된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되려 아이가 날 키워 나가는 것 같다. 사실 난 다운 천사를 낳고 많이 울었다. 다희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 내가 그런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울었다. 평생 남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아이가 안쓰러워 또 울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이렇게 예쁘게 자라나게 될걸 왜 그리 울었을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나도, 아이도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예쁘게 자라나고 있는 다운 천사는 나에게 힘을 주며 위로가 되어준다.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줄 때에는 스르륵 녹아 버릴 것 같다. 스스로 신발을 잘 싣는 날이면 해맑게 웃으며 손뼉 친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신통해 나도 덩달아 같이 손뼉 친다. 음악을 틀어주면 함께 춤 추자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한 번씩 내 품에 파고드는 작은 온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운 천사 딸은 사랑이다.


사랑스러운 딸을 품에 안고 기도할 때면 내 품에 쏙  안겨 작은 손을 모으고 “아버지”를 부른다. 모습에서 감사가 흘러나온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어떻게 ‘아버지’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안고 수만 번 불렀던 이름, 아버지. 내 삶의 무게가 버거워 차마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수십 번 되뇌었던 ‘아버지’. 그 말을 아이가 했을 때 느꼈던 감동은 여전히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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